노랑풍선이 신 성장동력으로 꼽은 OTA시장 진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사진은 노랑풍선 사옥 모습. /더팩트 DB |
日불매운동 등으로 지난해 적자 전환…코로나19에 자본력 약해져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업계 3위 노랑풍선의 성장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패키지여행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세운 신 성장동력인 온라인 예약대행 사이트(OTA) 설립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장 상반기를 버틸 자본도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이 가라앉고 있질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노랑풍선은 영업손실 21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1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 헝가리 유람선 침몰 등 지역별로 발생한 대형 악재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1년 설립된 노랑풍선은 대리점을 통한 간접 판매가 주를 이루는 국내 여행업계에서 직접 판매 방식으로 대리점 수수료를 없애고 가격 경쟁력을 키워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5.7% 수준이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산업 전체가 침체분위기를 면치 못하자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2020년까지 현지투어와 교통, 액티비티를 아우르는 토털 예약 서비스 OTA 플랫폼을 구축해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등 글로벌 OTA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1월 30일 상장 당시의 포부다.
상장을 마치고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외형성장을 이루고자 했던 전략은 코로나19로 관광시장이 급냉각되자 힘을 잃었다. 익스피디아와 트립닷컴, 트립어드바이저 등과 같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OTA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와 함께, OTA시장을 넘보는 다른 업종까지 견제해야 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업계에서는 여행업황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OTA시장 진출은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용희 기자 |
업계 한 관계자는 "숙박 예약업체인 야놀자도 트립어드바이저와 협약을 맺고 OTA시장에 뛰어들었다"며 "후발주자인 국내 대형 여행사들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자본력에서 앞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OTA시장을 진출하려면 결국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면서 "노랑풍선과 같은 기존 여행사들은 코로나19 타격에 보유한 현금이 바닥나고 있어, 당장은 시장 진출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전적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올해 1~2분기 영업은 사실상 끝났다. 여행객이 많이 찾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항공노선이 아예 끊기거나 급감하면서 해외 여행객 자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랑풍선은 자구책으로 직원 90%가 3월부터 유급휴직에 돌입했고, 4월부터는 유급휴직 인원을 순차적으로 늘렸지만 역부족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어 올해는 사실 영업이 힘들 전망"이라며 "언제 감염병 확산이 진정될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는 정부 고용지원금을 받으면서 회사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탈출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최대 연휴 기간인 석가탄신일(4월 30일)~어린이날(5월 5일) 기간이 여행업계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지만 전망은 어둡다. 지난 7일 기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전 세계 181개국으로, 언제 입국 제한 조치가 풀릴지 예상하기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효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가족 단위, 시니어 층 위주로 소비되는 패키지 특성 상 전염병 확산 우려는 동남아, 일본 등으로의 패키지 취소로 이어져 업체들의 손해를 키우고 있다"면서 "하반기 이후 실적은 일본 패키지 회복 속도가 좌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