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2대 은행장 최종후보로 이문환 전 BC카드 사장이 내정됐다. 이 내정자는 31일 열리는 케이뱅크 정기 주총에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더팩트 DB·케이뱅크 제공 |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부결로 자본 확충 '불투명'…'플랜 B' 구상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오는 31일 제2대 케이뱅크 은행장으로 취임하는 이문환 내정자(전 비씨카드 사장)가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실상 개점휴업한 케이뱅크를 정상화 시킬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어떤 '플랜 B'를 가동할지 이목이 쏠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2대 이문환 내정자를 케이뱅크 2대 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2년이다.
이문환 내정자는 KT에서 기업통신사업본부장, 전략기획실장, 기업사업부문장을 지낸 뒤 2018년부터 KT 자회사인 BC카드를 이끌었다.
이문환 내정자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케이뱅크를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맡게 됐다.
현재 케이뱅크는 자본 부족으로 주요 대출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등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직장인K 신용대출, 슬림K 신용대출, 일반가계신용대출 등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케이뱅크의 자본확충을 위해 여야가 지난 5일 본회의에서 대주주의 적격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이마저도 부결되었다.
이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부결과 관련해 미래통합당 측에 공식 사과를 하고 다음 회기 때 다시 처리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다음 임시국회는 총선이 끝난 후 내달 5월쯤에야 열릴 수 있다.
지난번 임시국회 때처럼 개정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다음 회기에서도 통과가 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되고 다음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돼야 한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마냥 법안 통과를 기다릴 수 없는 처지다.
케이뱅크 측은 자본확충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문환 BC카드 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임추위 관계자는 "이문환 내정자는 금융ICT 융합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전략과 뚝심 경영으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경영자로 정평이 나있다"며 "형식보다 본질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협업형 리더이기도 해 유상증자 추진 등 케이뱅크의 현안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2대 케이뱅크 은행장으로 내정된 이문환 전 비씨카드 사장이 개점휴업 상태인 케이뱅크를 구원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
케이뱅크는 오는 4~5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불발될 경우 플랜B를 가동할 예정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플랜 B로 △기존 대주주의 추가 자본확충 △KT 자회사를 통한 우회 증자 △신규 투자자를 통한 자본확충 등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적으로 케이뱅크는 기존 대주주 중심의 자본확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지분율 13.79%), NH투자증권(10%), IMM프라이빗에쿼티(9.99%), 한화생명(7.32%) 등이 케이뱅크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다른 대주주들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1조 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자본금 5051억 원인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5000억 원의 추가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미 수차례 케이뱅크 증자에 참여한 기존 대주주들은 수천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해외 투자자 유치를 통한 활로 모색도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케이뱅크 실무진이 시장 조사 차원에서 해외를 방문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해외 투자자 대상 증자 참여 가능성도 제기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여러 증자 방안을 놓고 플랜B를 마련하고 있다"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이 증자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지만, 투자 의사를 전달해온 곳도 있다"고 밝혔다.
BC카드 등 KT 계열사를 통한 우회 증자도 검토되고 있다. 이문환 전 BC카드 사장이 케이뱅크 은행장으로 내정되면서 BC카드를 통한 우회 유상증자 방안 가능성도 높아졌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여러 가지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 기존 대주주와 협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통과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