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의 핵심 운영자인 조주빈이 휠라코리아의 티셔츠를 입은채 포토라인에 서면서 휠라코리아 측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조주빈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호송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
포토라인서 자사 로고 티셔츠 나와…휠라, 언론사에 모자이크 요청
[더팩트|한예주 기자]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얼굴이 공개된 가운데 휠라코리아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이 착용한 상의가 공교롭게도 휠라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25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을 이날 오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에 넘겨지기 전 포토라인에 섰다.
조주빈은 자주색 맨투맨 티셔츠와 목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얼굴을 드러냈다. 문제는 그가 입은 티셔츠 중앙에 큼지막하게 보라색 영문으로 새겨진 'FILA'(휠라)라는 로고다.
사진이 공개되면서 휠라는 곧장 입장문을 내고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이 휠라 제품을 착용 후 포토라인에 섰다"며 "주 고객층인 10대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오고 있는 저희 휠라는 이번 일로 특히 더욱 깊은 유감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사에 "휠라 로고를 크롭이나 모자이크 해줄 것을 정중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휠라 측의 우려 속에도 이날 회사 주가는 두 자릿 수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휠라홀딩스는 전 거래일(2만850원) 대비 29.74% 급등한 2만7050원에 장을 마쳤다.
불미스러운 사건의 가해자가 입은 의상이 주목을 받는 사례는 의류 업계에서 종종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레임룩' 현상이다. 카메라에 포착된 옷, 가방 등이 화제가 되는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의 패션이나 혹은 그 패션을 모방하는 현상으로 '비난(blame)'과 '스타일(look)'을 합성한 신조어다.
'블레임룩'의 대표적 사례는 1999년 탈주범 신창원이 입었던 무지개 티셔츠다. 해당 티셔츠는 이탈리아 브랜드 '미소니' 모조품으로 신창원이 입은 이후 '신창원 티셔츠'로 불렸다.
2016년 10월 31일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검찰 출석 전 신은 신발은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인 것으로 확인돼 당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주빈의 의상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이슈가 휠라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휠라코리아는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브랜드 마케팅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휠라코리아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7895억 원, 영업이익 8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2.2%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휠라로서는 이번 이슈가 억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힘겨운 패션시장에서도 휠라는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 마케팅으로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단순한 헤프닝 수준인 이번 이슈가 회사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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