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내 제조업계의 현지 생산법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유럽 지역의 코로나19 현황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 /제네바=신화.뉴시스 |
삼성·현대기아차, 일시적 생산 중단…LG전자·LG화학·SK이노 등 상황 예의 주시
[더팩트│최수진 기자]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법인을 둔 국내 제조업체들은 공장을 임시 폐쇄하는 등 서둘러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현지 생산라인에서 확진자 발생으로 가동이 멈추는 셧다운 사태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확진자 10만 명 넘어…삼성·현대기아차, 생산라인 임시 폐쇄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이 유럽 일부 생산 공장의 가동을 오는 23일부터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유럽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수치 집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유럽의 누적 확진자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오후 기준 10만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5000명에 달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19일(현지기준) 누적 사망자가 하루 만에 427명 증가, 3400여 명으로 집계되면서 중국의 누적 사망자 수(3248명)을 넘겼다. 같은 기간 주요 유럽 국가의 누적 사망자는 △스페인 833명 △프랑스 372명 △네덜란드 77명 △스위스 44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폴란드와 헝가리 사이에 위치한 슬로바키아 TV 공장을 일주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지 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일주일 뒤 코로나19 확산 분위기에 따라 공장 가동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오는 23일부터 내달 3일까지 약 2주간 일시적으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현재까지 현지 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외에도 LG와 SK그룹 등 유럽 각국에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
◆ 코로나19 확산세, 경기 침체 우려…유럽 지역 매출 타격 오나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외에도 유럽 각국에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유럽 내 생산법인은 슬로바키아 외에도 헝가리 공장(TV 생산)과 폴란드 공장(생활가전) 등을 가지고 있다. 다만, 폴란드와 헝가리 생산 공장은 영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폴란드 므와바·브로츠와프, 오스트리아 비젤버그·비너노이슈타트, 슬로바키아 크르소비체 등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LG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가동 중단 등의 계획은 없는 상태다.
이외에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헝가리 괴드와 코마롬 등에 현지 생산 법인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매출에도 타격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삼성전자의 유럽 매출액은 지난해 1~6월 기준 8조9066억 원으로, 같은 기간 글로벌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8%다. LG전자의 유럽 매출은 4조1902억 원(지난해 1~6월 기준)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 기간 발생한 전체 매출의 13.7%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 유럽 법인의 연간 매출액은 2018년 기준 64억1217만 원을 기록하면서 해외 법인 가운데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SDI도 유럽에서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럽 지역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최대 성장 시장으로 꼽히면서 수요 대응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다.
그러나 유럽 전역의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경제 거점인 북부 지역에 감염자가 집중 발생하면서 이탈리아 경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확진자가 급증한 최근 유럽 주요국 증시는 3~4%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유럽 내 코로나19 여파가 커짐에 따라 제기되는 생산라인에 대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당장 공장 셧다운 등의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도 분위기를 지속 살피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