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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심각'] 항공부터 화장품까지…코로나發 연쇄 타격 어쩌나
입력: 2020.03.13 11:46 / 수정: 2020.03.13 12:19
코로나19 여파가 항공, 면세점, 화장품 업계에 이르기까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코로나19 여파가 항공, 면세점, 화장품 업계에 이르기까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초유의 사태'에 산업계 시름 깊어져…업종별 맞춤 전략 필요 목소리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국내 산업계를 마비시키고 있다. 항공과 면세점 등 코로나19 공습에 무방비로 노출된 업종은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면세점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업계 역시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유럽지역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미래조차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운데, 초유의 사태를 마주한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발 입국 제한국이 늘어나면서 항공사들은 국제선 여객기를 시간당 1대도 띄우지 못하고 있다. 전날엔 김포공항에 뜨고 내린 국제선이 하루 0편을 기록하는가 하면 화물기 운항이 여객 운항 편수를 추월하는 일도 발생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여객 노선 124개 중 89개가 운휴에 들어가면서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 대가 놀고 있다. 지난달 인천공항의 국제 여객 수송객은 전년 동기 대비 41.5% 감소했고, 항공기 탑승률 역시 25.6% 줄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당시를 넘어선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수 역시 37.2% 감소했고, 저가항공(LCC) 수송객수는 46.7%나 급감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65만2626명으로 전년 대비 65.8% 감소했다. 이를 기준으로 피해 규모를 산출하면 올해 6월까지 국적 항공사의 피해액은 최소 5조875억 원으로 예상된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회사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IMF 경제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월 예약률도 전년 대비 60% 가까이 감소했다"며 "코로나19로 위축된 수요가 단기간 내에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여객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부 면세점은 무기한 휴점에 들어가는 등 퇴로가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남윤호 기자
국내 여객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부 면세점은 무기한 휴점에 들어가는 등 퇴로가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남윤호 기자

여객 수요가 반 토막 나자 중국, 일본 등 근거리 국제선을 운항하는 김포국제공항 면세점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두 나라 모두 우리나라와 상호 간 입국 절차 규제, 입국 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어 김포공항의 이용객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면세점들은 아예 운영 재개 기간을 정하지 않고 휴점을 결단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12일부터 김포공항 면세점 무기한 휴점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1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24편에 이르던 국제선 운항이 일본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 이후 1~2편 수준까지 줄었다"라면서 "김포공항 면세점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 김포공항점 역시 11일부터 오전 8시~오후 5시 단축 영업에 들어갔다. 시내면세점은 모든 업체들이 단축영업을 시행 중이다.

쌓여가는 재고 물량도 폭탄이다. 면세점 물품은 소비세와 관세 등을 면제받아 입고되기 때문에 공항 같은 보세구역 밖에선 판매할 수 없다. 매장 내에서 팔리지 않으면 업체가 고스란히 재고를 떠안아야 한다. 공항 이용객 급감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롯데면세점은 이미 확보한 봄 신상품을 비롯해 현재 물류센터에 쌓인 재고가 최소 2조 원어치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 2월 국내 면세점 '빅3'(롯데·신라·신세계)의 매출액은 약 105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보다 약 51% 감소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여파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업종별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예주 기자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여파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업종별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예주 기자

면세점 매출에 의존하는 화장품 제조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부풀어있던 화장품업계는 코로나19와 국내 소비 침체라는 거대 암초로 상황이 더욱 안 좋아졌다.

화장품업계는 이번 사태가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메르스 사태 직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동의 화장품 로드숍들은 최대 70~80%까지 매출이 줄어든 바 있다.

현재 화장품 기업들은 오프라인 판매보다는 온라인 전환에 주력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6개월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회복 기간이 길었던 업종은 호텔·레저, 유통, 섬유·의복, 화장품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당장 코로나19에 취약점을 드러낸 업종별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각 업계의 피해현황을 분석한 후,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규제완화, 금융거래상 불이익 면제 등 생존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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