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노동자들이 배송 중량 제한과 마스크 지급 등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증언대회에 나섰다. /중구=이민주 기자 |
"15시간 배송노동" 마트 노조, 증언대회서 안전대책 마련 촉구
[더팩트|중구=이민주 기자]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형마트 배송 노동자들이 구체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필품 배송 물량이 급증하면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형마트 측이 구체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 노조)은 1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였다.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2020년 2월 26일 자 <[TF현장] "코로나19보다 과로로 죽겠다" 대형마트 배송기사 반발> 기사 내용 참조)
증언대회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 '안전까지 차별하냐 비정규직 철폐하라', '모두 같은 사람이다. 비정규직 차별 해결하라', '노동자가 안전해야 국민전체가 안전하다. 비정규직 차별 해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마트 노조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형마트 온라인몰을 통해 생필품을 주문하는 고객이 급증하면서 배송기사들은 살인적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배송기사가 온라인배송 노조를 결성하고 안전대책 마련과 연장·휴일수당 지급을 촉구했으나 대형마트 측의 대책 마련은 요원하다.
이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연장·휴일수당 지급 △배송주문 중량 제한 신설 △배송기사에 마스크·손소독제 제공 △격리자 생계대책 마련 △격리·확진 배송기사 생계비 보전 방안 마련 등이다.
정민정 마트 노조 사무처장은 이날 2ℓ 생수 60병을 배송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는 배송기사들의 사례를 공개했다. /중구=이민주 기자 |
그 중에서도 특히 중량물 제한 신설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쌀 239kg을 주문한 명세서와 2ℓ 생수 60병을 배송한 사진 등을 공개했다.
정민정 마트 노조 사무처장은 "코로나19로 생수를 주문하는 고객이 늘었다. 배송기사들은 2ℓ짜리 생수 6개 묶음을 7개, 8개 최대 10개까지 등에 지고 배송하고 있다"며 "상품을 담는 피킹 노동자 일 처리 물량은 기존 4200개에서 최근 7000여 개 까지 늘었다. 그럼에도 인력 충원이 없어 늘어난 물량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측이 중량물 제한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주문을 해 보면 쌀의 경우 무한 주문이 가능하다"며 "한 제품당 주문 제한 개수가 없다. 쌀 239kg를 배송하더라도 배송기사에게는 1건의 주문을 처리한 것으로 산정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배송기사들에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안전도구를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사무처장은 "마스크는 최소한의 안전도구다. 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여러 매장에서 마스크를 매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손소독제는 지급되지 않는 곳이 지급되는 곳보다 훨씬 많고, 매장 내 협력업체 소속의 직원들에게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배송 역시 대구·경북지역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이미 전국에 코로나19가 확산했고 어느 집에 자가격리자가 있을지 모른다"며 "이런 위험을 간과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사무처장은 "배송기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대면 업무의 특성상 배송업무 중 확진 및 격리될 수 있지만 대형마트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대형마트는 자신들의 매출을 위해서라도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배송 노동자들에 최소한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형마트 측은 상품에 따라 중량물 제한 등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온라인배송 노조 시위 모습. /이민주 기자 |
한편 대형마트 측은 노조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직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선 온라인 배송노조 시위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배송기사의 경우 마트 소속 직원이 아닌 운송회사와 계약된 개인사업자임을 강조하며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지적했다. 상품별로 제한 수량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배송인력을 충원하는 등으로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입장문을 통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이 때, 당사 소속도 아닌 운송사와의 계약관계를 갖는 배송기사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연다는 행위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생필품 공급 안정을 위한 대형마트와 배송기사들의 노력을 '매출 증대를 위한 꼼수'로 왜곡·폄하하는 마트 노조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피킹 업무 역시 늘어나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매장 내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업무 지원에 나서고 있고 이들에는 직원들에게는 연장근무 시 연장근무수당 및 간식을 지급하고 있다"며 "또 배송기사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상품별로 제한수량을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측은 "추가로 배정된 배송 건수에 대해서는 운송사와 합의된 별도의 인센티브를 지급해 추가보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보상이 없다는 주장 역시 허위"라며 "점포에 입고된 마스크 재고를 우선 배정해 지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