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HDC현대산업개발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
HDC현산 "4월 인수 목표"…차입 부담에 '승자의 저주' 우려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장고 끝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황조차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HDC현산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한 본격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오는 5~6일 이틀간 주주를 상대로 청약을 진행한다. 10∼11일에는 일반공모 청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새로 발행할 주식 물량은 2196만9110주로 현재 유통주식(4392만8750주)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3207억 원 규모로 당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려고 했던 3987억 원에 비해 708억 원이 모자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이후 HDC현산의 주가가 40% 이상 폭락하면서 신주 발행가도 덩달아 낮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3987억 원) △공모 회사채 발행(3000억 원) △자체 보유 현금(5000억 원) △은행 등 기타 차입금(8114억 원) 등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를 시장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시그널"이라며 "코로나19와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도 주가가 더 빠졌는데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4월 인수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정과 결과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승자의 저주'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더 나빠지자 HDC현산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7조80억 원, 영업손실 4274억 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당기순손실은 전년보다 327% 늘어난 8377억 원이었다.
올해는 중국발 코로나19 사태와 이에 따른 여행 중단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약 1000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자금 계획을 세웠으나, 코로나 사태를 반영하면 3000억 원~4000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조 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HDC현산의 고민이 갈수록 의구심으로 바뀌었다"며 "본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단기간에 어려운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HDC현산 측은 4월 인수를 목표로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든 부분은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 등 다양한 방면으로 자금조달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중이다.
실제 HDC현산은 지난달 28일 1700억 원 규모의 10년물 사모채를 발행했다. 회사는 회사채 발행으로 3000억~5000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 계획에 모자란 부분은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회사가 밝힌 자금 조달 계획에서 기타 차입금 규모는 약 8000억 원 규모였지만, 유상증자·회사채 발행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추가되면 차입금 규모는 더 늘어나 1조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인수 과정에서 차입 부담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HDC현산의 재무상황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인수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 같지만, 투자금이 어마어마해 썩 반가워하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