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금융지주인 신한금융과 KB금융이 라임 사태로 인한 증권사 실적 부진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신한·KB금융, 주가 하락세 및 브랜드 평판 저하 우려
[더팩트ㅣ박경현·정소양 기자] 리딩 금융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빅2' 금융지주인 신한금융과 KB금융이 라임 사태로 실적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브랜드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지주사 발목 잡는 증권사…주가·신뢰도 하락으로 '영향'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장주인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업계는 두 회사 주가 하락에 대해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펀드환매 중단사태(라임 사태)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라임 관련 금융권 배상액은 최소 1000억~27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신한금융의 예상 손실액은 2000억 원에 육박하거나 이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KB금융은 30억 원 정도의 예상 손실액이 추정된다. 신한금융은 자회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자펀드 판매사 중 가장 많은 3248억 원, 신한은행은 2769억 원가량의 펀드를 판매했다. KB금융 역시 KB증권에서 681억 원 상당의 자펀드를 판매한 바 있다.
라임 사태 논란이 지속되자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주가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 주가는 26일 3만41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밝혀진 지난 14일 종가(3만7750원)보다 9.54%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KB금융 주가는 4만2750원에서 8.65% 떨어진 3만9050원으로 마감했다.
이 가운데 업계는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의 신뢰도 하락을 더 큰 문제로 지적했다.
증권사의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 및 소송 등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또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 영업 활동은 회사 평판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신뢰도 하락은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과징금 및 투자손실로 인해 수익성 및 재무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중기적으로는 감독기관의 제재 및 자산관리 시장 위축에 따라 사업 안정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평판 훼손에 따른 영업 위축 가능성이 있다. 투자심리 위축 및 금융 신뢰 저하로 자산관리(펀드 및 금융상 품 판매) 시장이 축소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증권업 전체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금융정의연대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라임 사태' 신한은행 사기 혐의 조사 촉구 진정서 제출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빅2' 신한·KB금융지주, 증권 계열사 '라임 사태'에 흔들
업계 안팎에서는 두 금융 그룹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까지 증폭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신한은행과 KB증권 모두 두 회사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지주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
특히, 신한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KB금융을 제쳤다. 양사 간 영업이익 차이는 910억 원에 불과하다. 이 추이대로라면 올해는 신한금융이 KB금융에 리딩 그룹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신한금융과 KB금융은 각각 회사의 투자설명서에 투자위험 요인으로 자회사인 증권사의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추가했다. 라임 사태로 인해 그룹 전체의 평판 하락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신한금융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계약관련 손상발생 여부 및 규모는 현재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현재 법무법인을 통해 투자자 3명은 우리은행 및 신한금융투자 관계자 6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 상황이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그룹 전체의 평판이 하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KB금융도 평판 저하 위험 요인에 라임 사태를 추가했다. KB금융은 "금융회사로서 당사의 평판은 고객, 투자자, 규제 당국과 일반 대중 간의 관계 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이라며 "자회사 등의 임직원의 위법 행위, 소송·재판, 법률 위반, 잠재적인 이해 상충에 대한 대처 미흡,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당국 또는 고객의 조사, 재무 상태에 대한 불확실성 등 여러 가지 사안으로 인해 당사의 평판이 손상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펀드환매 사태와 관련하여 당사의 자회사인 KB증권이 금융당국의 규제 및 소송 등의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고 이로 인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 영업활동과 관련하여 당사의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지주회사로서 영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평판 저하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금융지주 실적은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지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지주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이기 때문에 증권사 실적 부진으로 인한 지주 손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이러한 금융사고가 지속될 경우 지주사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투자설명서에 투자위험 요인으로 자회사인 증권사의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추가한 것은 합리적으로 누구나 추정 가능한 것에 대해 기재한 것일 뿐이다"며 "라임 사태는 계열사 차원의 사고이므로 증권 쪽에서 잘 대비하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임 사태에 따른 회사 신뢰도에 대해서는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