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도 재택 근무를 실시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등 사업장 및 직원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팩트 DB |
기업 비상 경영 속 사업장 피해 사례 늘어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기업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또 출장 등 직원들의 외부 활동을 자제시키고, 상황에 따라 집에서 근무하도록 권하고 있다. 미리 정해 놓은 행사와 신제품 출시 계획도 변경하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기업 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5일 경제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 관련 사태 대응을 강화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악화되자 비상 경계 강도를 높여 선제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초 기업들은 코로나19 예방 수칙 교육, 자체 방역 등을 실시하며 이번 사태가 잠잠해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확진자가 대폭 증가,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생기자 대응 강도를 높였다. 특히 정부가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한 뒤 발 빠르게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은 먼저 문을 걸어 잠갔다. LG전자의 경우 전 사업장에서 외부 방문객의 출입을 금지했다. 삼성과 현대차, SK, 롯데 등 주요 기업들과 각 계열사도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사무 공간 등 외부인 출입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의 출입 통제를 강화했다. 문을 걸어 잠그는 기업들은 차츰 늘어나고 있다.
재택 근무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SK그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SK서린빌딩 상주 계열사를 최소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다. 재택 근무는 이날부터 관계사별 상황에 맞춰 1~2주 동안 시행된다. SK텔레콤은 전직원을 대상으로 다음 달 1일까지 재택 근무에 돌입했다.
SK에 이어 LG도 임산부 직원과 유치원·어린이집 휴원, 개학 연기 등으로 유치원생·초등학생 자녀 육아가 필요한 직원 등에 대해 재택 근무를 하도록 했다. 또 외부에서 클라우드에 원활히 접속되도록 관련 장비와 네트워크 점검을 강화하는 등 재택 근무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사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강서구의 한 복합쇼핑몰이 한산한 모습. /김세정 기자 |
삼성도 임산부 등 면역력이 약한 직원들에게 재택 근무를 명했다. 현재 주요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등에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한 재택 근무 돌입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현대차는 예정된 신입사원 채용 면접 등 모든 면접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LG그룹도 다음 달 중 채용 공고를 내려고 했으나, 이를 연기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그룹도 채용 관련 시험 일정을 미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채용 뿐 아니라 자체 내부 행사를 아예 진행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 뼈아픈 건 상반기 사업 일정이 완전히 꼬인 것이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경영상 계획을 사실상 모두 미뤄야 하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XM3 출격을 앞두고 차량 공개 행사를 취소했다. 한화갤러리아는 광교점 개점을 앞두고 진행하려던 프레스 데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는 여행·공연 관련 기업들이 비상이다. 직원들의 근무를 줄이거나, 유급 휴직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3월 대목'을 꿈꿨던 제품 판매 기업들도 울상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우려에도 신제품 공개 행사를 진행, 제품을 출시했지만 체험 행사 등 마케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오는 26일까지였던 '갤럭시S20' 시리즈 사전 예약 기간을 다음 달 3일까지로 연장 요청했다.
최악의 상황은 일터 내 확진자가 확인돼 사업장과 직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다.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이날에만 현대차 울산4공장 포터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췄고, LS그룹의 서울 용산 LS타워 건물이 폐쇄됐다. 앞서 삼성전자에서는 구미사업장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사업장이 일시 폐쇄됐다. GS홈쇼핑에서도 직장 폐쇄 조치가 있었으며, LG전자에서도 인천캠퍼스 연구동 등이 폐쇄된 상태에서 방역이 실시됐다.
이날 대한항공에서는 자사 객실승무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인천 승무원 브리핑실이 일시 폐쇄됐다. 노선 운항 중단 등 항공 업계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발생한 비상사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상세한 내용은 추후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