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는 지난달 31일 SK 울산 콤플렉스(CLX) 내 8만2600㎡ 부지에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VRDS의 기계적 준공을 완료했다고 3일 밝혔다. /더팩트 DB |
SK이노베이션 "부진한 석유사업 새로운 활력될 것"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가 사업 고삐를 당겼다. 울산에 1조 원을 투입한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의 준공 시점을 당초 올해 4월에서 1월로 앞당겼기 때문이다.
5일 SK에너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SK 울산 콤플렉스(CLX) 내 8만2600㎡ 부지에 VRDS의 기계적 준공을 완료했다. 지난 2017년 SK에너지가 VRDS 신설 계획을 발표하고 공사에 착수한 지 29개월 만이다. VRDS는 올해부터 시행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황함량 규제에 맞춰 저유황 선박유를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를 의미한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저유황유 시황은 선사들의 비축유 재고가 소진되는 2분기부터 본격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VRDS 조기 상업 가동을 비롯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동반 창출에 앞장서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SK에너지가 VRDS의 준공 시점을 당초 목표해던 기간보다 3개월이나 앞당기며 일각에서는 사업 속도에 대해 의문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가 구축될 때 목표했던 시점을 3개월이나 당기려면 'SHE(안전·보건·환경)' 관리와 설계, 구매 기간 등을 과도하게 단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VRDS 공정은 밀도 높은 구축 과정이 요구된다.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 설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 VRDS가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나 기존 고도화 설비인 중질유분해시설(RFCC)과 연계해 휘발유나 다른 스페셜티 제품의 생산도 가능하다. 다만 준공 시점을 당기면서 상업 가동 이전 계획이 무산됐을 가능성도 있다.
SK에너지가 SK 울산 CLX에 VRDS 공정의 기계적 준공을 완료하고 시운전 기간을 거치고 있다. 사진은 SK 울산 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
반면 SK에너지도 사업에 속도를 내야만 하는 시점이다는 견해도 있다. IMO2020 시행 전부터 일부 선사들이 시범적으로 저유황유를 구매하기도 했으며 SK에너지의 지난해 11월 저유황유 판매실적도 전달보다 4배 가량 높아지는 등 시장 수요 변화가 빠르게 감지되고 있어서다. VRDS 공정 구축을 통해 저유황유 생산을 먼저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또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수익성 제고도 필요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693억 원으로 전년보다 39.6% 감소했는데 석유사업의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석유사업은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며 여전히 주력사업으로 꼽혔으나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의 35%에 불과했다. VRDS 공정의 수익성 제고를 통해 성과를 내야만 하는 시점이다.
SK에너지는 지난달 31일 SK이노베이션 2019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VRDS 공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예상 이익 등을 밝힌 바 있다. SK에너지는 VRDS 공정이 본격 가동되면 하루 4만 배럴 규모의 저유황유를 생산해 연간 영업이익을 약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 가량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석유사업 영업이익(4503억 원)의 절반 수준이나 그 이상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에너지의 저유황유 사업은 최근 유가 변동으로 인한 정제마진 감소와 제품 수요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석유사업에 새로운 활력이면서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수요가 있다"며 "이번 기계적 준공 후 시운전 기간 2개월 가량을 거쳐 하반기 쯤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