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루트자산운용이 개방형 펀드의 환매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알펜루트는 증권사 자금회수가 이어지자 환매를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알펜루트에 대해 TRS 계약을 해지하고 자금을 거둬들이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더팩트DB |
금융감독원 "증권사가 시장 불안감 증폭 시켜"
[더팩트│황원영 기자] 알펜루트자산운용이 개방형 펀드의 환매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증권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모펀드 대출·판매로 수수료를 챙기던 증권사가 라임 사태 후 자금 회수에 경쟁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알펜루트자산운용 펀드를 2971억 원어치나 팔아치우며 최상위 판매사에 이름을 올린 한국투자증권은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자금 회수를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는 1108억 원 규모의 환매를 중단했다. 추가로 1817억 원 규모의 개방형 펀드에 대해 2월 말까지 환매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알펜루트 환매 중단·연기는 증권사가 알펜루트에 빌려줬던 자금을 일제히 거둬들이면서 발생했다. 앞서 지난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알펜루트 측에 갑작스럽게 총수익스와프(TRS) 대출금 전량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했다. 한국투자증권은 TRS 자금 260억 원을 모두 회수했고, 미래에셋대우는 일부를 회수했다.
TRS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의 펀드 자산을 담보로 주식·채권 등을 대신 매입해주는 계약이다. 즉, 증권사가 펀드운용사에 자금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증권사는 TRS 계약을 통해 자산운용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1~2% 수준의 수익을 올린다. 담보율 조정이나 자산 처분에 대한 권한은 물론 우선 변제권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가 계약 청산을 요구하면 자산운용사는 TRS 자금을 먼저 갚아야 한다. 알펜루트는 증권사들의 자금 회수가 이어지자 급매로 인한 수익률 악화를 막기 위해 환매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가 알펜루트의 환매 중단 결정에 불씨를 당긴셈이다.
게다가 일부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자금 회수를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TRS 자금 회수 시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환매하라고 유도하며 금액을 키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알펜루트 펀드 금액은 2971억 원에 이른다. 2위인 신한금융투자(1726억 원)와 비교했을때 1.5배 이상 많다.
금감원은 28일 사모펀드에 TRS로 신용을 제공한 6개 증권사 담당 임원과 긴급 회의를 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금회수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더팩트 DB |
이렇게 되자 증권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자사 이익만 추구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가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금융당국 역시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할 증권사가 대량 환매 요구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금감원은 28일 사모펀드(헤지펀드)에 TRS로 신용을 제공한 미래에셋대우증권·NH투자증권·KB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 담당 임원과 긴급 회의를 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금회수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대량 자금회수를 요청함에 따라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에 유동성 문제로 인한 환매연기 상황이 발생했다"며 "증권사가 펀드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증권사들은 추가적으로 TRS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증권사들이 사모펀드 운용사 19곳과 TRS 계약을 맺고 공급한 자금은 1조9000억 원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펀드에 대한 추가 상환 계획이 없다는 점을 금감원에 전달했다"며 "알펜루트자산운용의 경우 자산 유동화 스케줄을 계속 들어보면서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