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공고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입찰조건 변경 여부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설 연휴 전 입찰공고 나온다…품목혼합 또는 운영기간 연장 가능성 제기

[더팩트｜한예주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공고가 늦어지자 입찰조건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늦어도 설 연휴 전 제4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사업권에 대한 입찰 공고가 나온다.

입찰대상구역은 롯데(DF3), 신라(DF2·4·6), 신세계(DF7) 등 대기업 구역 5곳과 SM면세점(DF9), 시티플러스(DF10), 엔타스듀티프리(DF12) 등 중소기업 구역 3곳 등 모두 8곳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 구역의 5곳을 놓고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의 뜨거운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입찰 결과는 2월 말께 발표되며, 9월부터 신규 사업자가 운영에 들어간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전 세계 매출 1위 공항 면세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실제로 남는 것은 별로 없다는 말도 나오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면세점업의 특성상 상징성이 큰 공항면세점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최대한 점포를 많이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브랜드와의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바잉 파워'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5~10% 정도여서 구역 한 곳만 따내도 점유율 1%포인트(p)를 높일 수 있다.

수익성과 상징성이 뛰어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면세 '빅3'를 포함한 현대백화점까지 입맛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입찰조건 변경 가능성에 업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사 제공

다만, 당초 지난 연말에 입찰 공고가 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고가 미뤄지고 있어 면세점 업체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업계 내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입찰전 흥행을 위해 입찰조건을 변경하려 한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화장품·향수 등 인기품목을 비인기품목인 패션·잡화 등과 묶는 방안과 영업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각 업체들은 입찰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번 입찰을 앞두고 3곳(화장품·향수, 주류·담배, 패션·잡화)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신라면세점이 수성에 성공할지, 롯데 등 경쟁업체가 사업권을 빼앗을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특히, 승부처는 현재 신라면세점이 운영 중인 DF2(화장품·향수)다. '화장품·향수'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노른자'로 롯데면세점이 강한 탈환 의지를 드러낸 사업권이다. 신라와 롯데가 격돌하고, 만약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면세점까지 가세한다면 이번 입찰전의 최대 격전지가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조건이 바뀐다면 전략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면세업체들이 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운영 중인 3개 구역이 모두 입찰 대상인 데다 롯데의 총공세에 직면한 신라면세점이 가장 입찰조건에 예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세법 개정에 따라 면세점 임대 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가 포기하면서 신세계가 중간에 사업권을 넘겨받은 구역(DF1, DF5, DF8)도 2023년 8월 이후 사업권이 이번 입찰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

이번 입찰에서 신세계는 '빅3' 중에서 가장 느긋한 상황이었다. 롯데로부터 이어받은 3개 구역의 운영 기간이 2023년 7월까지인 만큼, 무리하게 입찰에 뛰어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곳이 입찰에 나온다면 사업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구역들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중에서도 가장 좋은 목으로 꼽힌다. 롯데도 공항 면세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쥐기 위해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 관계자들은 모두 "입찰 공고가 나온 뒤 사업성을 검토해봐야 이번 입찰 참여 여부를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