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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빙서류 15종'...9억 넘는 아파트 산다고 가정해보니
입력: 2020.01.13 10:25 / 수정: 2020.01.13 10:54
정부는 이달 초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더팩트 DB
정부는 이달 초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더팩트 DB

"집값 안정화 아닌 세금 더 걷겠다는 취지"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로 이사를 결심했다. 10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 구입에 나서면서 일흔이 넘으신 부모님에게 손도 빌렸다. 후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의 교육환경을 고려한 영향이 컸다.

A씨의 주거래은행은 온라인 증명서 발급이 가능했지만 가끔 구청에서 출력본을 인정 안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터, A씨는 부랴부랴 ​통장과 신분증을 들고 주거래은행을 찾았다. 2000원의 수수료를 내고 9000만 원이 들어 있는 계좌의 잔고증명서 및 예금잔액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잔고 기준일이 당일로 해당돼 하루 동안 입·출금 거래가 묶였다.

A씨는 2억 원의 대출을 받은 타 시중은행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금융거래확인서와 부채증명서, 금융기관 대출신청서를 떼야 했다. 이어 그는 주식거래 증권사에 연락을 취한 뒤 주식거래내역서와 8000만 원가량이 들어 있는 잔고증명서를 요청했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국세청 홈택스 사이트에 접속, 아버지에게 받은 2억 원에 대한 증여세 신고서와 납세증명서를 발급받았다. A씨는 20%의 증여세를 내게 됐다.

아울러 A씨는 홈택스에서 소득금액증명원과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의 발급 절차를 밟았다. 자금조달계획서에 상세히 자금 출처를 명시하기 위해 묵혀놨던 1000만 원 잔고의 비트코인 계좌도 다시금 살폈다.

그는 장롱 속 깊숙이 넣어뒀던 4억 원짜리 구로구 개봉동 아파트 매매계약서도 꺼내들었다. 다음주 회사에 출근해서는 지원금 2000만 원에 대한 증빙서류를 요청할 계획이다.

실제 올해 하반기 목동으로의 이사를 계획 중인 A씨가 향후 진행해야 하는 '기본' 절차만을 정리한 내용이다.

정부의 증빙서류 제출 의무화 방침에 따른 반발도 상당하다. 정부가 편법거래 근절을 이유로 개인 자산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더팩트 DB
정부의 증빙서류 제출 의무화 방침에 따른 반발도 상당하다. 정부가 편법거래 근절을 이유로 개인 자산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더팩트 DB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르면 3월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넘는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조달계획서와 함께 잔고증명서와 증여·상속세 신고서 등 최대 15종의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 초 입법예고한 상태다.

정부의 증빙서류 제출 강화는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로, 주택 구입자금 출처 조사를 강화하기 위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 사이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25개 구 가운데 자금조달계획서 점검 사유가 발생한 구는 18개. 신고가격 기준으로 보면 강남구가 678억 원(33.4%)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국토부는 "주택 취득 자금 조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의 투기적 수요와 이상거래의 효율적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는 오는 2월 12일까지 입법예고 의견청취를 진행, 규제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3월부터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증빙서류 의무화 방침에 따라 불법증여가 불식될 것이라는 기대감 이면에는 반발 또한 상당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매매 가격 중간값)은 8억9751만 원. 다수 서울 권역 아파트값이 9억 원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정부가 편법거래 근절을 이유로 개인 자산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은 '반시장적'이라는 지적이다.

"집 가진 사람은 '투기꾼'이고,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는 '잠재적 투기꾼'인가", "시장의 흐름을 잡아주고 물꼬를 트는 정책은 없다. 억제, 제한, 빗장을 거는 정책들은 결국 우리 경제를 경직시킬 것".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증빙서류 의무제출이 과연 부동산 시장 투명화에 영향을 줄지 미지수라는 견해가 넘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투기과열지구 15종 증빙서류 제출은 편법증여, 세금탈루를 잡는 데 일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이번 방침은 정부가 집값을 잡는다는 것보다는 탈루조사해서 세금을 더 많이 걷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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