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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내 담배업계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팩트 DB |
유통망 잃고 판매량 '뚝'…정부·업계 갈등 심화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전성기가 짧아도 너무 짧았다. 올해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도래했으나 오래가지 않아 설자리를 잃었다. 4만 여 편의점 등에서 팔리던 제품이 유통망을 잃었고 월 430만 갑이 팔리다가 월 300만 갑 판매도 못미치게 떨어졌다. 시장 위축 원인인 유해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정부와 업계의 첨예한 갈등은 해를 넘겨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국내 담배업계의 화두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다. 지난 10월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가 중증 폐질환을 얻게된 게 발단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미국 내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고 국내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를 중심으로 제품 사용 권고 조치가 단행됐다.
담배업계는 반발했다. 자체 검사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글로벌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1위 쥴랩스가 타격을 입었다. 쥴랩스는 올해 5월 국내에 첫 발을 들인 뒤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중소규모 업체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크게 확대한 업체다.
그러나 쥴랩스는 10월 말 정부의 유해성 논란 발표 이후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사용 중지 권고가 떨어지자마자 GS25를 시작으로 모든 편의점에서 쥴랩스 액상형 전자담배 라인업 '쥴 팟' 3종에 대해 판매 중단 선언이 이어졌다. KT&G의 '릴 베이퍼 시드' 1종도 판매 중단 라인업에 포함됐다.
편의점으로 시작된 '판매 중단 러시'는 면세점, 백화점, 대형마트로 이어졌다. 이들은 재고분을 소진하면 더이상 가게에 물건에 들이지 않겠다며 동참했다. 쥴랩스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결국 서울 강남구, 중구, 마포구 등에 위치한 3곳의 자체 판매 스토어에서만 구매가 가능하게 됐다. 이마저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었으며 전국 2000여 개 중소 전자담배 매장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자담배매장 관계자는 "판매량에 대한 추이를 밝히기 어렵지만 문의나 시연 등을 위해 방문한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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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5월 국내에 첫 발을 들인 쥴랩스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국내 유통망을 늘리며 높은 판매고로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전성기를 이끄는 듯 했으나,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권고 방침에 유통망을 잃었다. 사진은 30일 마포구에 위치한 쥴랩스코리아 자체 판매점의 모습. /이한림 기자 |
실제로 이 기간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고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기획재정부가 10월 발표한 3분기 담배시장동향에 따르면 쥴 팟, 릴 베이터 등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7월 430만 포드였으나 9월 280만 포드 판매에 그치며 가 2달 만에 절반 가량이 감소했다.
식약처를 주축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에 대해 유해성분 분석 결과가 발표된 11월에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유통된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7가지 유해성분 중 하나인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미량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유통망에서 퇴출된 쥴랩스와 KT&G의 액상형 전자담배도 검출된 제품 13개에 포함됐다. 다만 기존에 밝혔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권고하는 수준의 조치만 이뤄졌다.
쥴랩스와 KT&G는 식약처 발표에 대해 당혹감을 내비쳤다. 쥴랩스는 "식약처의 성분 분석 결과를 확인했으나 쥴랩스는 자사의 어떤 제품에도 비타민 E아세테이트 성분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KT&G도 "해당 성분을 원료로 사용한 사실이 없고 자체 검사에서도 성분 검출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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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가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의사당대로에서 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러한 주력 제조사의 반발은 규모를 막론한 업계의 반발로 확대됐다. 국내에서 중소규모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를 운영하는 상인들로 구성된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는 식약처의 성분 발표 직후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방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권고 조치는 '국민건강이 아닌 증세'가 주된 목적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장은 "정부의 검사 결과가 미국과 다르게 위험물질이 아예 없거나 극소량 검출됐음에도 사용금지 권고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 혼란을 가중하고 부정적 여론을 조장해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압살하는 행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전체 전자담배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 오랜 기간 동안 외산 담배를 유통해 온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JTI코리아는 올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라인업을 다듬었다. 각각 아이코스3 듀오, 글로 프로, 플룸테크를 하반기에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반응을 살피는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해가 넘어가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와 폐손상 유발 여부에 대한 더욱 세밀한 조사를 수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며, 업계는 더이상의 전자담배 매장을 운영하는 중소상인의 피해가 누적되면 안된다는 입장으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사용 중단 권고를 먼저 조치한 뒤 기간을 두고 조사를 진행했지만, 어떤 성분이 함유됐는지 검출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공교롭게도 논란을 길게 끌어가며 전체 담배 시장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구매 의지를 위축하게 하고 있다. 내년에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업계의 유해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