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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사 합병' 롯데 vs 한화, 같은듯 다른 전략 '눈길'…볕들날 올까
입력: 2019.12.29 06:00 / 수정: 2019.12.29 06:00
롯데와 한화그룹이 내년 1월 각 그룹 내 핵심 화학 계열사를 합병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한다. /더팩트 DB
롯데와 한화그룹이 내년 1월 각 그룹 내 핵심 화학 계열사를 합병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한다. /더팩트 DB

각각 내년 1월 '통합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출범…시장 평가 주목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산업계에서는 같은 산업 내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세분화된 시장을 통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인수합병 카드를 꺼낸다. 화학사업을 그룹 내 핵심산업을 둔 롯데와 한화그룹이 내년 1월 나란히 그룹 내 화학사를 하나로 모으는 전략을 택했다. 각각 같은듯 다른 전략으로 경자년(庚子年) 볕들날을 기대하고 있다.

먼저 롯데그룹은 내년 1월 1일부로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100%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한다. 전통 석유화학사업을 구가하는 롯데케미칼과 소재 사업을 다루는 롯데첨단소재를 하나로 모아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가칭 '통합 롯데케미칼'의 출범은 롯데첨단소재가 소멸되고 롯데케미칼이 존속법인이 되는 흡수합병 형태로 진행된다. 특히 통합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와 첨단소재 부문으로 양분해 사업을 다루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통합 롯데케미칼의 수장에는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이 내정됐다. 현 롯데케미칼 대표인 임병연 부사장은 기초소재사업 대표로 유임됐으며 첨단소재사업 대표에는 롯데첨단소재의 전신인 삼성SDI 출신에 이영준 롯데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보임됐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 흡수합병의 목적에 대해 "화학산업 관련 지배구조를 개선해 효율성을 높이고 화학산업 구조의 고도화 및 규모 경제 실현 등을 통해 롯데의 화학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그룹 내 화학 사업을 맡고 있는 두 회사를 합병한다. 한화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의 100%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통합 롯데케미칼 출범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한화는 이번 합병을 통해 석유화학과 태양광, 첨단소재 등 한화에서 다루는 모든 화학 사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사업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합병 후 사업 부문을 양분하는 롯데와는 대조적이다.

한화그룹의 통합 한화케미칼의 사명은 '한화솔루션'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장 부사장을 맡아 이슈를 모은다. 김동관 부사장 내정자는 입사 후 한화큐셀의 태양광 사업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온 경험 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의 화학 사업 전반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노력에 역량을 발휘할 전망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고부가 제품 개발로 도약을 모색하는 석유·소재사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에 자리 잡은 태양광 사업을 통합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계획이다"고 화학사 통합 배경을 설명했다.

각 그룹의 통합 화학사를 이끌어갈 김교현(왼쪽) 통합 롯데케미칼 대표와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부사장에 대해 석유화학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사 제공
각 그룹의 통합 화학사를 이끌어갈 김교현(왼쪽) '통합 롯데케미칼' 대표와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부사장에 대해 석유화학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사 제공

일각에서는 이번 두 그룹의 각 화학 계열사 합병이 경영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방침 하에 꺾인 업황으로 저조한 실적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또 오랜 기간 동안 지적돼 왔던 각 사의 부족한 부분을 합병을 통해 채우며 시장 내 존재감을 빠른 시일내 구축할 지도 관심을 모은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3조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9564억 원에 그치고 있다. 전통 석유화학사업 외에 LG화학의 배터리,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사업과 같은 마땅한 비화학부분의 신사업이 없어 석유화학업 불황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통합 롯데케미칼 출범으로 소재 사업을 강화해 그간 고민거리였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합병할 롯데첨단소재와 또다른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에서 각각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과 스페셜티 사업을 맡아왔다. 이에 롯데첨단소재 합병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화의 한화솔루션 출범 또한 석유화학업황의 다운사이클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348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6% 떨어져 있다. 롯데케미칼과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지난해까지 재미를 봤던 태양광 업황도 꺾이며 수익성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한화솔루션의 탄생은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신사업이자 효과를 보기도 했던 태양광, 미래 먹거리고 주목하고 있는 첨단소재 등 사업분야를 획일화하는 동시에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한화가 다뤄야할 화학사의 미래 또한 전통 석유화학과 신사업 태양광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등 고부가 첨단소재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양 사의 사업구조 재편 형태는 핵심 계열사가 100% 자회사를 흡수한다는 형태로 비슷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각각 전통 석유화학업에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추가하고, 강점을 보였던 신사업을 하나로 모아 사업 시너지를 낸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며 "한화솔루션은 합병 직후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바로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각 사의 통합 화학사에 대한 내년 시장 평가에 따라 향후 석유화학업계의 트렌드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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