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자동차·실손보험 손해율로 인해 실적이 급감하면서 유독 힘든 한해를 보냈다. /더팩트DB |
보험업계 저금리·손해율 상승·역마진에 시름
[더팩트│황원영 기자] 올해 보험업계는 그야말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을 중심으로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 역성장하는 상황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보험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생명보험사(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57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3% 감소했다. 보험영업 부문에서는 18조457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생보사들은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준금리는 연 1.25%로 사상 최처 수준이다. 과거 고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2000년대 초반 생보사들은 5% 이상 고금리확정형 상품을 대량 판매했다. 당시에는 금리가 높아 자산운용이 비교적 수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로 투자수익률이 저조해지는 데다 해약 증가, 저축성보험 만기도래, 지급보험금 증가 등으로 보험영업 손실규모가 18조457억 원에 달하게 됐다. 지난 6월말 기준 생보사 평균 자산 운용수익률은 4.1%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이율 4.3%보다 0.2%포인트 낮다. 자산운용으로 버는 돈보다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이 많은 역마진이 발생한 것이다.
손해보험사(손보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을 중심으로 한 손해율 상승이 실적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3분기 전체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19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 감소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지난달 손해율(잠정 집계 기준)은 삼성화재(100.8%), 현대해상(100.5%), DB손해보험(100.8%), KB손해보험(99.6%) 등 10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보험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 감안 시 적정 손해율은 80%로 추정된다. 손해율이 이보다 높으면 보험영업에서 적자가 났음을 의미한다. 노동자 가동연한 상향과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보험료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손해율이 급증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더 이상 단기 매출과 실적 중심의 과거 성장 공식이 지속될 수 없다"며 "보험사가 가치 경영으로 장기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덕인 기자 |
실손보험 손해율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6월말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1%로 전년 같은 기간대비 약 20%포인트 올랐다. 2016년 이후 최고치다.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보험사들은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NH농협생명은 지난달 10년 이상 근속한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DGB생명은 지난 10월 16년 이상 근속한 46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7월 희망퇴직을 시행해 70명이 퇴사했고, 한화손해보험은 4월 희망퇴직을 시행해 30여명이 퇴사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업계는 한국은행이 내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로 낮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험료를 받아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에는 지속적인 저금리가 치명적이다. 확정형 상품뿐 아니라 금리연동형 상품에서도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금리연동형 상품이 보장하는 최저 금리는 0.5~1.5% 수준인데 시중금리가 그보다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97%에 달한 상황에서 새로운 소비자 유치도 쉽지 않다.
손보사는 손해율을 메우기 위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각각 인상하고자 한다. 하지만 정부가 무조건적인 인상보다는 보험사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혁신적인 상품이나 틈새 상품 등을 개발하고 인슈어테크 등 신사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단기간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고 있는데 보험료 인상율도 보험사가 기대하는 수준까지 이를 수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