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도모하며 발표하는 대책이 오히려 자충수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윤정원 기자 |
'매매' 대신 '전세'…"전세시장 불안 불가피"
[더팩트|윤정원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도모하며 내놓은 연이은 부동산 대책이 도리어 시장을 뒤흔드는 모습이다. 이미 전세가격 상승은 가시화된 형국이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18% 올랐다. 이전 주(0.14%)보다 오픔폭이 커졌다. 주간 기준으로는 2015년 11월 23일 조사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최근 전세 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전셋값이 0.51% 올랐다. 정부 대책에 더불어 정시확대 등 입시제도 개편과 방학 이사철 등이 겹치며 학군 수요까지 대거 몰려든 영향이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를 노리는 청약 대기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얼마 전까지 4억 원대에 머물던 전셋값이 현재 6억 원을 넘어섰다. 대치동 소재 R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은마는) 한 달 반 전만 해도 (전용면적 84㎡가) 4억5000만 원에 전세로 나왔는데 지금은 물량이 전무하다"면서 "전년에는 1월 말 즈음 전세가 조금씩 나왔는데 올해는 아니지 싶다. (전세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3~4월까지 상황을 살펴본 뒤 급매물을 노려보는 것밖에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인해 전세 수요는 계속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23일부터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은 초과 구간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40%에서 20%로 강화했다. 시가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 자체를 금지했다.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이 매수를 미루고 전세로 눌러앉을 경우 전세가격은 수요에 따라 상승할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대출과 세금규제로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관망 수요와 더불어 늘어나는 세금을 세입자에 전가하는 상황이 많아지면 전세가격 불안은 당연시 된다"면서 "특히 정시확대와 자사고폐지로 진학에 유리한 특정지역 몰리는 현상까지 겹치면 (전세가격) 불안은 심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또한 "교육 정책 변화와 분양가상한제로 청약 대기수요가 늘면서 겨울 비수기에도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으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 전세시장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며 "내 집 마련 수요가 당분간 임차 시장에 머물면서 교통 여건 및 학군이 우수한 지역이나 신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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