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수장을 모두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왼쪽부터 황범석 롯데백화점 사업부장,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한예주 기자, 각사 제공 |
수술대 놓인 오프라인 유통채널…2020년 각사별 위기 극복 전략은?
[더팩트|한예주 기자] 롯데를 마지막으로 올해 유통업계 정기인사가 마무리됐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유통 공룡 3사'의 이번 인사 키워드는 단연 '변화'다. 백화점 3사의 수장이 사상 최초로 동시에 교체되는 등 체질 개선에 대한 유통업계의 의지가 다분하다.
고강도 쇄신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환경 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을 짜겠다는 포부로 풀이된다. 2020년을 열흘 앞둔 지금,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어떤 전략을 내세울지 관심이 집중된다.
◆ "패션전문가 수장으로" 백화점 3사 강수 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는 최근 단행한 내년도 정기 인사 결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영 구상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빅3'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롯데는 지난 19일 그룹 수장 신동빈 회장의 주도하에 임원 180여 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실시했다. 특히 생존 위기에 내몰린 롯데쇼핑은 사업본부 통합 강수를 뒀다.
롯데그룹의 유통 사업을 관장하는 유통 BU는 이원준 부회장이 용퇴하고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새로운 BU장으로 임명됐다.
백화점 사업부장은 롯데홈쇼핑의 황범석 전무가 맡았다. 황범석 백화점 사업부장은 1965년생으로 전임 대표인 강희태 사장과 6살 차이가 나는 '젊은 피'다.
황 사업부장은 각종 패션 관련 부서를 거치며 패션에 특화된 인물로 정평 나 있다. 특히 인기 스트리트 브랜드인 '스타일난다', '난닝구' 등을 롯데백화점의 단독 상품군으로 유치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홈쇼핑에서도 LBL 등 고급 자체 브랜드(PB)로 성과를 내며 상품 소싱 능력 면에서 신동빈 회장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백화점이 해외명품과 리빙 등 일부 상품군에서만 성과를 내는 만큼 황 사업부장의 입성으로 다양한 상품군에서 균형 있는 성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백화점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차정호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차정호 대표는 삼성물산 출신으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신세계인터내셔날 수장을 맡아온 유통·패션 전문가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이동호 부회장과 박동운 사장이 물러나고 1960년대생인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가 새 사장이 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김형종 사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한섬 대표를 맡으며 8년간 패션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패션통'이다.
백화점 3사 모두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백화점 특성상 향후 미래성장을 위해서는 트렌드 최전선에 있는 패션업계 인사의 시각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3사의 백화점 대표들 모두 실적 성장을 이뤘던 실전형 인사"라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환경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백화점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주요 3사의 신임 수장들은 오프라인 유통환경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공통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미아점, 신세계백화점 본점. /한예주 기자 |
◆ "혁신모델 제시해야" 공통과제 대응은?
패션전문가들을 앞세운 백화점 3사의 대대적인 쇄신인사는 e커머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쇼핑 패러다임을 따라잡기 위함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대표주자인 백화점들은 이미 소비자들의 대거 이탈로 위기를 겪고 있다.
백화점은 명품 및 가전 판매 호조로 그나마 제자리를 지키는 모양새였으나 최근 들어 백화점이 유통채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채널 가운데 올해 3분기(7~9월) 백화점의 매출 구성비는 각각 전년 대비 0.7%p, 0.2%p, 1.6%p 연속으로 줄었다.
3사 신임 대표의 공통과제는 e커머스의 공세에 밀리지 않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롯데는 내년 상반기 중 주요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애플리케이션 '롯데ON'을 정식 론칭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로 편의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3호점을 오는 20일부터 본격 가동하며 올해 출범한 온라인통합법인 SSG닷컴을 지원 사격한다.
현대백화점은 통합 온라인몰을 꾸리는 롯데와 신세계와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식품, 패션 등 카테고리별 온라인몰을 키우며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025년까지 식품몰 매출 2160억 원, 패션몰 660억 원대로 육성할 계획을 성립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체들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 신임 대표들은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