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면서 시장 내 공룡 탄생이 예고됐다. 이 가운데 합쳐지기 위해 넘어야할 산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외 내부 반발, 여론 악화 등 다양하다. /우아한 형제들 홈페이지·딜리버리히어로 제공 |
'산 넘어 산'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부터 내부 불협화음까지
[더팩트|이민주 기자] 국내 1위 배달앱과 세계 1위 배달앱 업체가 손을 잡기로 하면서 배달앱 시장 내 '공룡' 탄생이 예고됐다.
5조 원 규모의 '빅딜'에 업계 안팎이 주목하는 가운데 이들이 첫 번째로 넘어야할 과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다. 그러나 독과점 논란과 배달비 인상에 따른 여론 악화 등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이외에도 많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 최고경영진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계약서를 통해 양측은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은 토종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협약에서 전체 기업가치를 40억 달러(4조7500억 원)로 평가받았다. DH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지분 87%를 인수할 예정이다.
우아DH아시아 회장은 김봉진 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맡아 베트남 사업은 물론 DH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 한다. DH는 현재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홍콩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합작회사 설립 배경으로 '시장 환경 변화'와 '국내 및 아시아 배달앱 시장의 가능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를 경쟁상대로 꼽았다. 업계는 C사를 쿠팡으로 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배달앱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IT 플랫폼에 잠식당하기보다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내 시장을 보호하고 해외 진출을 동시에 꾀하는 차원에서 이번 딜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할지 여부를 놓고 업계는 엇갈린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우아DH아시아 조인트벤처 경영구조 다이어그램. /우아한형제들 제공 |
그러나 국내 1, 2, 3위 배달앱을 운영하는 양사가 손을 잡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독과점, 배달비 인상 문제가 고개를 들었다. 업계는 "양사의 인수합병 성공 여부가 공정위 손에 달려있다"고 평가하며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엇갈린 결과를 점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2주 내로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 신고 관련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M&A 등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공정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에는 수개월이 소요되며 심사에 따라 △승인 △조건부 승인 △불허의 결과가 나온다.
불허 결정이 날 것이라고 보는 쪽에서는 단연 독과점 문제를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가 가진 3개 배달앱의 시장 점유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준"이라며 "기업 결합이 발표되자마자 배달비 인상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소비자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대형 M&A를 불허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과거에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하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승인 내지 조건부 승인이 가능할 것이라는 쪽에서는 양사가 관련 이슈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고 온라인 부문에 대한 심사에는 비교적 유연한 판단을 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꼽는다. 양사는 국내 유명 법률사무소에 공정거래 이슈에 대한 법적 검토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가 양사의 기업결합신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양사가 결합해 아시아 시장 석권에 나서지만 국내에서는 요기요, 배달통, 배달의 민족을 각각 운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 경우 현재의 경쟁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옥수수와 푹의 결합처럼 수수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식으로 조건부 승인이 날 가능성도 있다"며 "공정위는 최근 국내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이처럼 온라인 사업에 대해서는 그간 비교적 유연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양사가 공정위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자영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배달기사(라이더)의 반발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6일 요기요 소속 라이더들이 본사 앞에서 위장도급 의혹을 제기하던 모습. /이민주 기자 |
독과점 논란을 해결하더라도 여론 악화와 내부 갈등 등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배달앱에 의존하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이 수수료, 배달비 인상을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배달 기사(라이더)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재 양사의 수수료 부과 방식은 상이하다. 배달의 민족은 중개수수료 대신 광고료(월 8만8000원)를 받는 형태로 운영하는 반면 요기요는 중개수수료(건당 매출의 평균 12.5%)를 받았다. 이덕에 점주들도 자신이 스스로 어떤 형태가 유리한지를 판단해 선택적으로 배달앱에 입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사가 합쳐지게 되면 선택을 제한받고 덩달아 광고료나 수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독과점 상태에서는 업체가 요구하는 수수료 인상 등을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냐는 지적이다.
이렇게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 경우 소비자 부담도 같이 커질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현재 자영업자들은 항목이나 거리 등에 따라 차등해 배달비(1000~3000원 선)를 받고 있다. 다만 수수료가 높아질 경우 배달비 인상으로 소비자와 부담을 나눠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여기에 배달이라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라이더들의 반발도 무시 못 한다.
배달의 민족 라이더들은 인수가 발표되자마자 우아한형제들 측에 단체 교섭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안전배달료 도입, 배달단가 인상, 프로모션 변동 축소, 소통방식 보장 등을 요청했다.
이들은 "일방적인 근무조건 변경을 일삼는 두 회사의 통합이 라이더들에게 피해를 줄까 두렵다"며 "합병에 따른 라이더 보호 대책을 노조와 함께 마련하라. 노조 활동을 보장하라 단체 교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