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의 '품질 제일주의' 프리미엄 PB(자체제작) 전략이 먹혀들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홈플러스 제공 |
4년 준비한 '품질 제일주의' PB 내놔…정용진표 '초저가' 대항마 될까?
[더팩트|이민주 기자] 이마트가 올해 하반기부터 '초저가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업계 2위 홈플러스가 '품질 제일주의'를 표방한 '프리미엄 PB' 전략으로 맞불을 놨다. 마트업계가 업황 부진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 애를 쓰는 가운데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띄운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3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최근 이들은 프리미엄 자체브랜드(PB) '시그니처'를 도입했다. 시그니처 상품은 홈플러스 바이어가 상품의 품질, 차별성, 사용 만족도를 고려해 엄선한 제품으로 현재 도입된 상품은 600여 종이다.
홈플러스는 이를 위해 주주가 변경된 지난 4년 전부터 PB 전략을 재구축해왔다고 설명하며 향후 시그니처를 회사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신선식품에서부터 생활용품에 이르는 전 카테고리 PB 상품을 시그니처로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닐 마피 홈플러스 PBGS본부장은 "체감 물가뿐 아니라 오래 두고 쓸수록 생활의 격을 높여주는 체감 품질에 집중해 PB 시장에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며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관련 상품군을 지속 확대해 고객 생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가 내놓은 PB 상품은 그간 비용을 절감해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선보이는 형태였다. 마트업체 1위 이마트는 국민가격 상품을 앞세워 초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민주 기자 |
이같은 홈플러스의 전략은 마트업계 전반이 펼치고 있는 'PB 상품 확대 전략'과는 길을 같이하는 한편, 이를 초저가에 판매하는 타사의 것과는 정반대 행보라 주목을 받는다.
그간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선보이던 PB 상품은 비용을 절감해 저가에 맞추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그 양상이 초저가로 번졌다.
PB 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제품 생산을 의뢰, 자체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이다. 이 덕에 중간 마진이 없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형마트 업체들은 영업이익률 제고에 더해 미끼상품격으로 PB 상품을 활용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2019년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에 PB를 납품하는 하도급업체는 2297개이며 거래 규모는 1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그중에서 대형마트 3사의 경우 1736개, 8751억 원이었다.
이런 PB 상품을 앞세운 초저가 전쟁에 불을 붙인 것은 마트업계 1위인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 8월부터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이라는 이름의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상품 수와 상품 군을 지속해서 늘려 올해 200여 개를 목표로 향후 5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가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초저가 전략은 구매 고객의 1회 평균 구매 금액을 높이는 등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이마트 내부 모습. /이민주 기자 |
이마트가 초저가 전략을 시작한 이후인 지난 8~10월까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민가격 상품 구매 고객의 1회 평균 구매 금액이 비구매 고객에 비해 46%나 높았다. 이같은 초저가 전략에 힘입어 이마트는 지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초저가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가 내놓은 프리미엄 전략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에 무게가 쏠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이미 나와 있는 NB(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을 사 쓰지 않겠냐"며 "기존 마트업체에서 PB 상품을 내놓는 이유와는 맥을 달리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전까지만해도 이마트의 초저가 전략이 통하자 덩달아 인기 상품군을 더 낮은 가격에 할인하는 등으로 대응하지 않았나"며 "갑자기 품질 제일주의, 프리미엄 전략을 펼친다니 일단 지켜봐야겠으나 (흥행할 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마트 PB 제품이 고품질을 표방한다 하더라도 제품 개발과 광고에 온 힘을 쏟는 NB 상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품질의 초저가 상품이다. 홈플러스가 품질에 더해 합리적인 가격까지 제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