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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삼성 이재용 파기환송심, 그리고 故 구본무 회장 작심 발언
입력: 2019.11.26 04:47 / 수정: 2019.11.26 05:1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2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선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2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선화 기자

삼성 이재용 재판 리스크 바라보는 재계 안타까운 시선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연말 일정표는 빡빡하다.

오는 2020년 경영 구상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정기 임원 및 사장단 인사가 초읽기 단계에 접어들었고, 다음 달에는 이와 연계해 경영 전략을 구체화하는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도 치러야 한다.

남은 과제는 많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그 시기와 규모 등을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세 번째 재판 준비로 다른 사안에 한눈을 팔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25일)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참석,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아세안 10개국 정상 및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나 상호 협력 의지를 다졌다. 지난 22일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 이후 3일 만에 재계 상위 대기업 총수이자 주요 경제계 인사 자격으로 정부 초청을 받고 부산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예년 같았으면 서울로 복귀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사장단 및 임원 인사 준비에 나섰겠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매년 12월 첫 주에 계열사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삼성전자는 그해 12월 6일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첫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정기 인사 날짜와 같은 날인 오는 12월 6일은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세 번째 공판이 예정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 안팎에서는 예년보다 인사 시기를 앞당기거나 혹은 재판 이후로 미룰 것이라는 경우의 수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사진)을 비롯해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와 미국 코닝사의 웬델 윅스 회장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 했다. /더팩트 DB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사진)을 비롯해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와 미국 코닝사의 웬델 윅스 회장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 했다. /더팩트 DB

갈 길 바쁜 삼성에 총수의 '재판 리스크'가 뼈아픈 것도 대내외에 산재해 있는 불확실성과 무관치 않다. 문제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매듭이 언제 지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파기환송심 첫 재판 당시 재판부는 이달 2차 공판(22일)에서 유·무죄 판단 관련 심리를 하고, 오는 12월 6일 공판 때 양형 판단에 관해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 의견을 듣기로 했다.

그러나 2차 공판에서 변호인단 측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와 미국 코닝사의 웬델 윅스 회장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재판 일정에 변수가 생겼다. 양형 심리가 예정된 3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증인 채택을 수락할 경우 증인신문을 위한 별도의 기일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차후 행보는 물론 삼성 전반의 경영 전략 수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삼성 측이 '증인 신청' 카드를 꺼낸 배경을 두고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수동적 뇌물'이라는 재판부의 법리 해석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당시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이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후원금과 마필 구매비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와 협박에 따른 것"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항소심 재판부 역시 삼성을 '절대 권력의 강요와 협박 피해자'라고 판단했다.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당시 기업 입장에서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라며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더팩트 DB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당시 "기업 입장에서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라며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더팩트 DB

이 부회장의 재판을 바라보는 재계 전반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청와대의 요구에 철저하게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안팎의 목소리는 국정 농단 사건이 수면에 오를 때부터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뇌물의 성격'이 핵심 쟁점으로 재조명되자 일부 재계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외원회 청문회 당시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작심 발언이 새삼 회자된다. 당시 10대 그룹 총수들과 청문회에 참석한 구 전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라며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 압박에 따른 기부금 출연 문제에 관해 구본무 회장이 과거 청문회에서 '국회가 입법을 해서 막아달라'며 역제안을 할 때 많은 경제인들이 해당 발언에 공감하면서도 겉으로 내색조차 맘 편히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이 부회장이) 국내외서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재판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는 미래 경영 전략을 시행하는 데 있어 재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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