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오른쪽 위) 오리온그룹 회장의 야심작 '제주용암수' 출시가 연기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
업계, 출시 연기 배경 놓고 '진실공방'…중국 진출 제동 걸릴까
[더팩트|이민주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그룹의 신성장 아이템으로 내세운 생수 '제주용암수'가 이번 달 내 출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리온 측은 '더 완벽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자발적 연기라는 견해지만, 생수 업계 일각에서는 제품 균일화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가능성과 함께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아 이달 출시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달로 예정됐던 제주용암수 출시를 연기했다. 같은 달로 예정됐던 사전 기자간담회 일정도 미뤄졌다. 오리온 측은 이달 중으로 출시일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한 출시 일정을 잡지 못했다.
오리온 측이 제주용암수 출시를 위해 수 년간 공을 들였던 만큼 일각에서는 새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발견됐을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생수는 크게 먹는샘물과 혼합음료로 나뉜다. 먹는샘물은 자연상태의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한 자연샘물로 제주삼다수·백산수·아이시스가 여기에 속한다. 반면 혼합음료는 여과한 정제수에 화학 첨가물 등 기타성분을 넣어 만든 물이다. 두 생수의 관리처도 각각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다르다. 먹는샘물은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50가지 수질 검사를 거치며 혼합음료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위생 검사를 거친다.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경우 염지하수를 원수로 하는 혼합음료다. 제주용암수는 불순물만 걸러 생산하는 일반 생수(먹는 샘물)와 달리 염분 제거와 미네랄 투입 등의 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특히 오리온의 경우 이미 앞선 2013년부터 용암해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용암해수 1호 기업 제이크리에이션과도 전혀 다른 처리 과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타 생수와 다른 혼합음료의 처리 과정이 출시 일정 연기로 이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의 맛을 나타내는 경도 조절에 실패했거나 미네랄 함량 균일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주용암수 제조 과정이 일반 생수(먹는 샘물)와 달라 품질 균일화가 어렵다. 현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과정에서 품질 균일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들었다"며 "출시를 미룰 정도면 발생한 문제가 꽤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연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품질 균일성 문제로 보인다. 실험실에서 한두 개 제품을 생산할 때와 수백, 수천 병을 만들 때는 차원이 다르다. 소량으로 생산할 때는 품질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라도 대량생산을 하면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미네랄 혼합음료의 경우 제품 하단에 미네랄 함량을 표기하도록 돼 있는데 이 부분이 정확하지 않거나 제품별로 들쑥날쑥하면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도 문제, 물 맛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생수 맛에 예민하다. 1위인 제주삼다수가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수 맛에 사람들이 익숙해 있기 때문"이라며 "제주용암수의 경우 아무래도 해수이고 미네랄이 들어가다보니 물 맛이 상대적으로 쎌 수 있다. 대중화에 초점을 맞춰 물 맛을 조절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 시장 진출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지도 관심사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를 가지고 성장 중인 중국 프리미엄 생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31일에는 중국 커피 체인 '루이싱 커피'와 제주용암수, 고소미 등에 대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리온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주용암수를 내놓는다고는 하지만 결국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이 먼저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꾀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내 출시 전부터 잡음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중국 진출 시기 등에도 어떤 변화가 생길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출시한다 하더라도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주용암수와 같은 이미지를 가진 제주삼다수도 과거 중국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결국 잘 안됐다"며 "프리미엄 생수 이미지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고는 하지만 중국 시장은 현재 말통 생수(20L)가 판매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병입생수 시장이 잘되는 게 아니다. 병입생수 수요는 상하이, 북경 등 일부 대도시 위주로 발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리온 측은 업계 안팎에서 불거진 갖가지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제품 레시피를 조정해 완벽한 상태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연기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오리온 제공 |
반면, 오리온 측은 "제품 레시피를 조정해 더 완벽한 상태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출시를 연기한 것으로 제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업계 안팎에서 불거진 갖가지 의혹을 일축했다. 시기적으로 당초 출시가 예정됐던 10월은 생수 비수기기 때문에 한두 달 출시가 미뤄지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출시 연기 배경은) 퀄리티 문제였다. 숨기거나 할 부분이 전혀 아니다. 물의 pH(산성이나 알칼리 정도) 농도를 당초 기획했던 것보다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대로 출시해도 무방할 정도의 사소한 문제였지만 자사는 출시를 미루더라도 완벽한 상태로 내놓자는 생각으로 출시를 연기했다"며 "업계에서 떠도는 소문은 전부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진출도 문제없다는 견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먼저 제주용암수를 선보인 후 중국에 출시할 계획"이라며 "국내 출시 연기가 중국 시장 진출 시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리온은 지난 2016년 11월 제주토착기업 '제주용암수'의 지분 60%를 21억2400만 원에 인수하며 생수 사업 포문을 열었다. 이후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용암해수산업단지에 3만㎡(약 9000평) 규모의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국내 생수시장은 제주삼다수, 아이시스, 백산수 등 주요 플레이어가 장악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가 39.8%,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가 13.2%, 농심 '백산수' 8.5%, 해태음료 '평창수'가 4.5%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전국 생수 제조업체는 60여 곳으로 생수 브랜드만 200여 개에 달하는 만큼 남은 34%만큼의 시장 파이를 가지고 나머지 업체들이 경쟁하는 구도다. 지난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1조3600억 원으로 오는 2023년에는 2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