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 위치한 CJ블로썸파크에서 '비비고 죽 R&D TALK'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CJ블로썸파크 입구. /한예주 기자 |
쌀, 육수, 원물에 집중한 R&D 기술…2020년 '1000억 메가브랜드'로 육성
[더팩트|한예주 기자] 흰 가운을 입은 연구소 관계자들이 투명한 유리 재질로 된 비커에 하얀 액체를 옮겨가며 실험을 하고, 생김새조차 생소한 기계들이 분주하게 실험 샘플을 분석하고 있다.
과학수사를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에서 볼 법한 광경이 펼쳐진 이곳은 CJ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 '비비고 죽'의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연구 현장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죽' 출시 1년을 맞아 제품 실험 과정을 공개, 국내 죽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비고 죽 연구개발(R&D) 토크' 행사가 열린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 있는 CJ블로썸파크에서 파우치 죽을 만든 연구원들로부터 생산 과정에 활용되는 기술을 확인했다. 2017년 5월 개관한 CJ블로썸파크는 식품과 바이오 분야를 아우르는 융복합 R&D 연구소다.
CJ제일제당의 상온 가정식 대체식품(HMR) 기술력과 노하우가 집약된 곳인 만큼 연구소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과정부터 복잡했다. "핸드폰과 신분증을 주세요" 프런트에 있는 직원들의 말에 따라 신분증을 맡기고 핸드폰은 카메라 부분이 가려진 비닐팩에 패킹된 후에야 진입이 허용됐다.
◆ "살아있는 쌀알 식감" 쌀 도정 기술 돋보여
컨퍼런스홀에 짐을 풀고 CJ제일제당 직원과 함께 6층으로 올라가자 6명의 비비고 죽 연구개발팀이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햇반 등 쌀 가공 분야 및 상온 HMR 전문가들로, 한국인이 죽 하면 떠올리는 '죽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 1년을 꼬박 매달린 핵심 인력이다.
연구원들은 비비고 파우치죽은 기존 상품죽 제조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다고 자신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맛과 품질, 용량 등의 니즈를 확인해 제품 개발 방향에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쌀 관리 및 맞춤식 자가도정 기술과 차별화된 살균 레토르트 기술, 육수 기술 및 고형물 전처리 차별화 기술 등 세 가지에 전념했다.
정효영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식품개발센터 수석연구원은 "'쌀알이 너무 뭉개져 있다' '기존 죽은 한 끼로 먹기엔 양이 적다' '다 같은 맛 같다' '계속 먹기엔 질리고 짜다' 등 기존 죽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받아들여 기술개발을 했다"며 "죽의 기본인 쌀, 육수, 원물 세 가지에 연구를 집중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죽 연구원이 소비자가 선호하는 최적의 죽 점도 구현을 위해 점도를 측정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
이 가운데 단연 돋보였던 것은 쌀 도정 기술이다. 쌀을 물에 넣고 끓일 때 나오는 '전분 용출' 현상은 죽의 점도, 식감, 품질 등에 영향을 미친다. 비비고 죽 연구원들은 모두 12단계의 도정 단계 중 죽에 가장 이상적인 수준으로 전분이 용출되고 쌀알의 식감을 살릴 수 있는 쌀 분도를 찾아내 제품에 상용할 수 있는 단계의 도정 쌀만을 사용했다. 국내 가공식품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CJ의 기술이다.
정 연구원은 "타사는 백미를 가져와서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쌀을 컨트롤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현미를 가져와 자사의 도정 설비로 점도를 조절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점도를 직접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 시장 점유율 상위 세 회사의 소고기 용기죽을 블라인드 테스트했다. 식감에서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육안으로 봤을 때부터 큼직한 고명의 크기, 많은 양 때문에 비비고 제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레토르트 특유의 냄새나 흐물흐물한 식감, 연한 색감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 파우치죽 통해 '죽 일상식' 주도…글로벌 시장 공략
비비고 죽은 30여 년간 용기죽 중심으로 이뤄졌던 시장을 상온 파우치죽으로 전환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편의점 용기죽으로 간단히 요기하거나 전문점에서 죽을 포장해 갔다면, 이제는 마트에서 파우치죽을 구입해 가정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것으로 소비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파우치죽 시장 내 비비고 죽 점유율은 현재 80%가량으로, 비비고 죽 출시 전 상품죽 전체 시장의 6%에 불과했던 파우치죽 카테고리 비중은 비비고 죽 활약 덕분에 올해 3분기 기준 36%로 6배 늘어났다.
비비고 죽은 10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2000만 개, 누적 매출 500억 원을 돌파했고 시장점유율은 9월 말 닐슨 데이터 기준 35.7%로 1위 동원F&B(42.8%)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비비고 죽이 나오기 전에 상온 상품죽은 모두 소용량, 용기죽 위주의 시장이었다. 사진은 비비고 파우치죽 7종. /CJ제일제당 제공 |
CJ제일제당은 전문점 메뉴 중심의 파우치죽 라인업 확대를 통해 비비고 죽이 개척한 상온 파우치죽 시장을 더욱 키워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외식 수요까지 고려해 시장에 진출한 만큼 상품죽과 전문점 죽을 아우르는 연간 5000억 원대 죽 전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연구원은 "전문점 메뉴의 비비고 파우치죽 2종인 '동지팥죽'과 '들깨버섯죽'을 12월 중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라며 "현재 생산공장인 부산공장뿐만 아니라 진천 블로썸캠퍼스까지 생산거점을 확대해 지속해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비고 죽은 파우치죽 7종, 용기죽 6종 총 13종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죽과 비슷한 형태의 물성이 있는 부드러운 음식은 대부분의 국가에 존재해 해외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회사는 쌀을 주식으로 하되 죽 문화가 발달한 중국, 동남아 시장 메인 스트림 진출을 목표로 파우치죽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정영철 CJ제일제당 상온HMR마케팅담당 부장은 "현재 한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 그대로 수출하느냐, 현지에 있는 죽에 맞게 바꿔 가느냐 두 가지의 방향성을 가지고 스터디 중에 있다"며 "우선, 2020년 비비고 죽을 1000억 원대 메가 HMR 제품으로 키우고 시장 1위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