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흥행 실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탑시티免 면허 반납 검토 중…공급늘리기 아닌 '내실 강화' 목소리 커져
[더팩트|한예주 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 전반에 그늘이 드리워지는 분위기다.
한화, 두산에 이어 탑시티면세점이 시내면세점 면허 반납을 검토하는 등 중소·중견 면세점들이 줄줄이 사업 중단 위기에 직면하면서 다음 주로 다가온 시내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불안한 기운마저 감돈다. 업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입찰 미달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점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신촌점을 운영하는 탑시티면세점은 최근 신촌역사와의 명도 소송 2심에서 상고 기각 판결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신촌민자역사 임대차 계약자인 티알글로벌과 전대차 계약자인 탑시티면세점 모두 신촌역사와의 명도 소송 1심에서 패했다.
탑시티면세점은 재심 청구 기간인 2주 동안 향후 대응에 대한 내부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탑시티면세점 관계자는 "면허 반납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어떠한 방침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탑시티면세점은 2016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획득하고 지난해 하반기 신촌민자역사 점포를 개점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명도 소송이 이어졌고, 1심 결과 이후 관세청이 면세품 관리를 이유로 물품 반입 정지 명령을 내려 현재는 잠정적으로 영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만약 탑시티면세점이 상고를 포기하거나 면허 반납 결정을 내린다면 한화와 두산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사업을 접는 서울 시내면세점이 된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시내면세점 입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관세청은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3곳, 인천 1곳, 광주 1곳 등 총 5곳에 대해 시내면세점 입찰에 들어간다.
이 중 서울의 경우 현재 무역센터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만 관심을 보이고 있고, 광주의 경우 후보자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 업체들이 참가에 소극적인 데다 두산의 특허권 반납 사태까지 겹치면서, 면세업계에서는 시내면세점 입찰이 미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화, 두산 등 대기업들이 빠져나간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섣불리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 사업자 중 규모 확장을 원하는 1~2곳만이 입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는 기업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라며 "현대백화점의 입찰 참여 가능성이 있지만, 운영 중인 무역센터점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면세점들이 경쟁 심화에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시내면세점의 모습. /더팩트 DB |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과 수익에 급급한 업체들의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이 업계 전반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진입장벽 완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면세점을 자꾸 늘려왔다. 서울 시내면세점만 해도 2014년 6개에 불과했던 것이 2016년 13개로 늘어난 상황이다.
업체가 늘어나자 매출 증가세는 눈에 띄었지만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한 막대한 송객수수료를 제외하면 면세사업자들의 수익성은 악화되는 중이다.
실제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16년 12조2757억 원에서 지난해 18조9620억 원으로 늘었지만 대기업 면세점 영업 손실률이 2017년 2.2%를 기록했고, 중소·중견 면세점 손실률은 그 3배를 넘어섰다.
여기에 신규 사업자가 들어오면서 막대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기존 사업자도 함께 무리한 프로모션을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업계 다른 관계자는 "출혈 경쟁만 부추길 것이 아니라 관광인프라 확충을 통한 소비층 확대가 필요하다"라며 "공급을 늘리기보다 내실을 강화해 고객 수요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