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면세점 사업을 철수하며 박서원 두산 전무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 DB |
당분간 매거진·광고대행 사업 집중…후계구도 변수로 작용?
[더팩트|한예주 기자] 두산이 면세점 사업을 접는다. 화려한 시작과 달리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사업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면세점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두산 4세 박서원 전무의 리더십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분위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달 29일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두타면세점 영업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공식 영업정지일자는 내년 4월 30일이다.
두산은 2015년 하반기 관세청 특허 심사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후속 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면세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같은 해 당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을 두산 면세점사업 부문 유통전략담당 전무에 선임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두산은 박서원 전무가 두산 면세점사업 전무에 선임되던 당시 "면세점사업은 유통과 마케팅이 중요하기 때문에 광고회사 임원인 박 전무가 전임자로 평가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서원 전무는 두타면세점의 브랜드 전략 총괄부터 광고와 홍보, 인테리어까지 꼼꼼히 챙기며 열정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5월 국내 최초 '심야 면세점' 등을 표방하며 개장한 두타면세점은 7000억 원 수준의 연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두타면세점이 내년 4월까지 영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두타면세점 외관. /한예주 기자 |
하지만 심야영업에 대한 내부 반발과 실적 부진을 이유로 대표이사까지 여러 차례 교체되면서 2017년 면세사업 철수설이 불거졌다. 결국 두타면세점은 영업시간을 기존 새벽 2시에서 오후 11시까지로 축소한 데 이어 운영면적도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줄였다.
또한 유통업이 주력인 기존 면세 업체와의 경쟁,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단체 관광 금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이른바 '3대 명품'을 유치하지 못해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올해 초 병행수입으로 명품 제품을 모아놓은 편집숍 '디:메종'을 오픈했다. 병행수입 시 제품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매출이 높아지더라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엔 아쉬웠다.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서 사업 관리에 주력한 만큼 면세점 사업 실패는 박서원 전무 개인의 경영 능력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면세점 사업 철수가 두산그룹 후계 구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박서원 전무의 기본적인 롤은 기획 담당이었고, 면세점 사업은 CEO와 다른 임원들이 담당하고 있다"면서 "사실 오너일가의 자질이라고 하기엔 사업 규모가 크지 않다"고 답했다.
면세점 사업 철수에 따라 박서원 전무는 당분간 매거진과 광고대행 사업에만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박 전무는 두산매거진 대표와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CCO) 부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30일 <더팩트> 취재진이 두타면세점을 찾은 결과 현장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적지 않은 수의 고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30일 두타면세점을 찾은 결과 평소와 같이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한예주 기자 |
두타면세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사업을 철수한다고 하지만 달라진 것을 못 느꼈다"며 "매장별로 본사 입장이 아직 전달되지 않은 상태라 평소와 똑같이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직원 역시 "어제 기사가 나왔기 때문에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며 "다만, 오늘 오전에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들이 현장을 둘러보러 왔다"고 말했다.
면세시장 철수를 결정한 두타면세점 사업권을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은 두타면세점을 발판으로 내달 진행되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특허를 확보, 기존 강남 중심의 면세사업을 강북까지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 쪽에서는 강남에 있는 면세점과 함께 강북에 면세점을 하나 둬 규모를 키울 생각"이라며 "추가 특허를 받을 때 이쪽으로 신청을 하려는 움직임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