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비비안이 쌍방울을 경영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남영비비안 제공

우선협상자에 쌍방울 선정…토종브랜드 시장 반등 신호탄 될까

[더팩트｜한예주 기자] 62년 역사의 토종브랜드 남영비비안이 쌍방울의 손에 넘어간다. 해외 및 중·저가 브랜드의 공세에 위기상황을 맞은 토종 브랜드 남영비비안과 쌍방울이 이번 인수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남영비비안·쌍방울 막바지 협상…'규모의 경제' 실현?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쌍방울과 모회사 광림이 구성한 컨소시엄은 남영비비안 경영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쌍방울·광림 컨소시엄과 남영비비안은 다음달 15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다. 매각 주간사로는 라자드코리아가 참여했다.

쌍방울과 함께 거래에 참여한 광림은 크레인과 특장차를 만드는 업체다. 1993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쌍방울 지분 1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이번 매각 대상은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지분 23.80%)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75.88%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남영비비안의 예상 매각 가격은 약 500억 원이다.

남영비비안이 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지속된 실적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남영비비안은 지난 2015년 서울 영등포구 소재 공장을 매각한데 이어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긴축경영에 돌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영비비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6% 감소한 2061억 원, 영업손실은 39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쌍방울은 남영비비안 인수를 통해 여성용 속옷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자체 브랜드 '트라이'는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샤빌'과 보정속옷 '쉬방'을 제외하면 해당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쌍방울은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방침이다. 사진은 쌍방울 방풍 내의. /쌍방울 제공

매출 1000억 원대의 쌍방울이 2000억 원대의 남영비비안을 매수한다는 점에서 '골리앗이 다윗의 품에 안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쌍방울의 이번 선택은 규모의 경제와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속옷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해 쌍방울 매출은 1016억 원으로 남영비비안(2061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생산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원가절감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원활한 인수를 위해 후속 절차를 마무리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이너스 성장' 토종기업, 생존전략 고심해야

다른 토종 속옷업체들 역시 수익 악화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비너스'를 만드는 신영와코루는 지난해 27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91억 원)의 3분의1 수준이다. 보디가드·예스·제임스딘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좋은사람들도 2016~2017년 두해 동안 약 14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은 16% 가량 줄었다.

성장률을 살펴봐도 BYC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좋은사람들과 쌍방울, 신영와코루는 각각 2.5%, 5.4%, 1.8% 마이너스 성장했다.

속옷업계는 해외 브랜드 유입과 SPA·스포츠웨어 등 비전문 브랜드의 속옷 시장 진출,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PB) 출시 등을 부진의 이유로 꼽는다. 특히 캘빈클라인, 원더브라 등 해외 속옷 브랜드가 들어오고, 유니클로의 히트텍·에어리즘을 위시한 기능성 속옷이 등장하면서 중저가 속옷을 대량으로 팔아 이익을 남기던 속옷 업체들의 영향력이 준 것이다.

실제 국내 속옷 시장에서 BYC의 점유율은 2013년 7.5%에서 지난해 5.5%까지 떨어졌고, 같은 기간 비비안은 3.5%에서 2.7%로 줄었다. 반면, 그리티(구 엠코르셋)가 운영하는 미국 속옷 브랜드 원더브라는 1.4%에서 4.4%로, 유니클로는 2.2%에서 3.1%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향후 다양한 복종이 속옷 사업에 뛰어들면서 속옷 시장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쌍방울의 남양비비안 인수가 토종 속옷브랜드의 경젱력 제고 효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푸마,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도 이너웨어를 내놓고 있다"며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토종 속옷업체들이 생존전략을 고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