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시설 철거 의지를 밝힌 것과 관련해 현대아산 측은 23일 자료를 내고 "관광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현대아산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 담금질 변함없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그룹의 최대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 프로젝트가 난항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지난 2월 현대아산이 금강산 현지에서 창립 20주년 행사를 치렀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업 재계를 향한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듯 보였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의지를 밝히면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독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 측의 예상치 못한 태도 변화에 그룹의 수장이 전면에 나서 금강산관광 재개에 초집중해왔던 현대그룹은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 측은 김 위원장의 강경 발언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료를 내고 "관광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관광 50년 독점사업권을 갖고 있다.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선언 이후 정재계 안팎에서 민족 화해 및 공동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금강산관광 사업 재계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던 상황에서 북한 측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따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더팩트 DB |
실제로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현대그룹은 별도의 '남북경협 TF팀'을 꾸려 사업 재계를 위한 자구 노력을 이어왔다. 같은 해 11월에는 금강산 현지에서 이틀에 걸쳐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까지 치르며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당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금강산관광은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 현대와 아태의 희생과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하면서 "현대그룹은 하늘이 맺어준 북측과의 인연을 민족 화해와 공동번영의 필연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소명 의식을 갖고 담담하게 그리고 당당히 나아가겠다"며 사업 재개 의지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자칫 금강산관광 사업 자체가 전면 백지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제 정세 해법을 찾기 위한 북한의 '보여주기식 압박'으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강산관광 사업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발언 수위가 꽤 높다는 점에서는 우려할만하다"라며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 없이 개별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경색국면에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북한의 그간 행보를 볼 때 이 같은 발언이 교착상태인 북미 관계, 경색 국면에 빠진 남북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단순한 압박 수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특히, 금강산관광 사업의 경우 남북 간 경제 실익을 따지는 차원을 넘어 수십여 년의 역사를 거쳐 '민족화합'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만큼 하루아침에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강산 현지에서 이틀에 걸쳐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에서 "민족 화해와 공동번영의 필연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소명 의식을 갖고 담담하게 그리고 당당히 나아가겠다"며 금강산관강 사업 재개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현대그룹 제공 |
한편 금강산관광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지난 1989년 북측과 금강산 공동개발 협정서를 체결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후 1998년 6월과 10월 두 차례 소떼방북에 나선 것을 기점으로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같은 해 10월 '금강산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를 맺은 이후 11월 18일 동해항에서 실향민과 관광객, 승무원 등 1400여 명을 실은 금강호가 출항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2003년에는 육로 관광으로 영역을 넓혔고, 관광지역도 구룡연과 만물상 등 외금강, 삼일포, 해금강, 내금강 지역으로 확대됐다. 2008년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금강산을 다녀간 관광객은 195만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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