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의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판매 중단 발표로 혼란을 우려했지만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약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라니티딘 의약품을 교환하러 온 환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종로구=정소양 기자 |
약국가 "아직까지 교환 및 환불 환자 없어...문의 전화는 종종"
[더팩트ㅣ종로구=정소양 기자] '라니티딘' 성분 269개 품목의 판매 중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약국가의 모습은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직후 약국가와 180도 달랐다. '라니티딘' 위장약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계속해서 오르는 등 온라인상에서는 뜨겁게 집중 받고 있지만, 막상 약국에 의약품을 교환 및 환불하러 온 환자들은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장약 '잔탁' 등 국내 유통 라니티딘 원료 의약품에서 발암 우려 물질이 발견돼 해당 의약품 269개 품목 전체에 대한 수입과 제조, 판매를 잠정 중지한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더팩트> 취재진은 2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약국 10여 군데를 방문했다. 위장약을 교환 및 환불하기 위해 병원과 약국을 찾는 환자들로 혼란은 없는 모습이다. 약사들은 라니티딘 제제 일반약 판매를 중지했으며, 공식 발표 이후에는 전문약과 일반약을 선별해 반품이나 폐기를 위해 별도 보관 중이었다.
약사 A씨는 "환자들로부터 전화 문의는 여러 건 받았다"면서도 "아직까지 의약품을 교환하러 오거나 환불을 요구한 환자들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약국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약사 B씨는 "우선 해당 일반의약품의 경우 한곳에 모아두고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며 "환자들이 오시면 정부 지침대로 반품 혹은 교환처리를 해드릴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해당 건으로 찾아온 환자는 없었다. 관련 문의 전화는 종종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약국가에서는 현재 라니티딘제제 일반약 판매를 중지했고, 공식 발표 이후에는 전문약과 일반약을 선별해 반품이나 폐기를 위해 별도 보관 중이다. /정소양 기자 |
이는 지난해 발생한 '발사르탄 사태'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지난해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돼 논란을 빚은 발사르탄 계열의 고혈압 치료제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병원과 약국 등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주말을 거치면서 월요일 오전부터 약국은 마비가 될 만큼 혼란스러웠다.
약사 C씨는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때에는 자신이 먹고 있는 약에 발사르탄이 들어가 있는지 등을 물어보러 오시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고혈압약의 경우 환자들 대부분이 자신이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위장약을 오래 복용하는 환자들은 자신이 무슨 약을 먹는지 어느 정도 알고 계시기 때문에 관련 문의도 적게 오는 것 같다. 다만 라니티딘 제제의 경우 감기약을 비롯해 정형외과, 피부과, 내과 등 거의 모든 처방에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약이다. 환자들이 복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약사 D씨는 "고혈압약의 경우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장기 복용자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의 우려가 더욱 컸다. 반면에 위장약의 경우 장기 복용 환자들도 계시지만 단기간 복용하는 환자분들도 많다. 정부에서 단기 복용의 경우 인체 위해 우려는 크지 않다고 밝혀 혼란이 상대적으로 적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대형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재처방 절차를 안내하며 신속한 대처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접수·수납 창구 모습. /정소양 기자 |
발사르탄 사태에 대한 학습효과로 혼란이 최소화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당시를 회상하는 약사들은 라니티딘에 대한 대응은 발사르탄 사태를 겪어보면서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는 경험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약사 D씨는 "발사르탄 사태의 경우 제대로 된 지침도 늦게 나오면서 혼란의 연속이었지만, 이번엔 지침도 빨리 내려온 편"이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알고 있다 보니 한결 대응이 쉽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또한 식약처가 라니티딘에 대해 2주간 조사하는 시간 동안 해당 성분 의약품을 정리해두는 등 미리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재처방 절차를 안내하며 신속한 대처에 나섰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은 26일 공지사항을 통해 그동안 병원에서 처방해왔던 제품명을 공지하고, 처방 변경을 위해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은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안내 문자를 통해 재처방 방법 등을 공지할 예정이며, 서울아산병원 측도 조속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해당 환자들에게 안내할 계획이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