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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11번가로 캐리어에어컨 샀다가 날벼락"…책임은 누가?
입력: 2019.08.16 06:00 / 수정: 2019.08.16 07:10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유 모 씨는 캐리어에어컨 설치 이후 빗물 누수 피해를 입었지만, 제조사와 유통사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독자 제공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유 모 씨는 캐리어에어컨 설치 이후 빗물 누수 피해를 입었지만, 제조사와 유통사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독자 제공

여름철 에어컨 설치 관련 잡음 이어져…제조사·유통사 사실상 무대응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유 모(40) 씨는 지난달 20일 11번가를 통해 캐리어에어컨을 구매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제품 설치 후 에어컨 연결 부분을 통해 빗물이 집 내부로 들어와 큰 피해를 입었다. 설치 업체와 제조사인 캐리어에어컨, 유통사인 11번가에 모두 피해를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는 무책임한 답변뿐이었다. 빌라 아래층으로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방치 상태에 놓였다.

여름철 구매 수요와 사용 시간이 급증하면서 에어컨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유통사인 11번가와 에어컨 제조사인 캐리어에어컨의 나몰라라식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 "캐리어에어컨·11번가는 외면, 설치 업체는 조롱" 소비자의 하소연

16일 유 씨에 따르면 빗물 배수관 누수 가능성은 이미 에어컨 설치 당일인 지난달 22일에 제기됐다. 에어컨 설치 기사가 '실외기 설치 과정에서 빗물이 빠져나가는 배수관을 건드린 것 같다'며 '실리콘 작업을 통해 향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피해 발생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고 새어 나온 빗물이 벽지를 더럽혔다.

문제는 누수 발생 이후 유통업체와 에어컨 제조사의 대응이다. 유 씨는 누수가 발생하자 캐리어에어컨 AS센터에 피해를 접수했지만, '시간 될 때 와보겠다'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 이후 회사 측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11번가 역시 마찬가지. 피해 사실에 관해 이야기하고 사후 처리 방안 등을 묻자 "우리와 관련 없는 사안"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유 씨는 "캐리어에어컨과 11번가가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회피하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제조사인 캐리어에어컨과 유통사인 11번가는 에어컨 설치 문제와 관련해 해결에 나설 수 없다고 밝혔다. /캐리어에어컨·11번가 홈페이지 캡처
제조사인 캐리어에어컨과 유통사인 11번가는 에어컨 설치 문제와 관련해 "해결에 나설 수 없다"고 밝혔다. /캐리어에어컨·11번가 홈페이지 캡처

에어컨 설치를 맡았던 전자상거래 소매 중개업체 역시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는 게 유 씨의 설명이다. 유 씨는 "(에어컨) 설치 기사에게 여러 차례 문제 해결을 요청하니 다른 업체 관리자가 연락을 해 오히려 큰소리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 씨가 중개업체 측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업체 측 대응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 씨가 설치 과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자 업체 측 관계자는 "이 같은 접수는 100건 이상 경험했다"며 "문자나 전화를 할 경우 영업방해로 고소할 테니 법적으로 진행하라"고 말했다. 이후 업체 측으로부터 격앙된 반응의 문자가 지속해서 왔고, 유 씨는 문자를 보낸 관계자에게 "본인이 직접 설치한 기사분이 맞느냐"며 더는 연락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업체 관계자는 "에어컨 설치가 완료된 고객에 한해서 180일까지는 고객 개인정보를 가지고 통화할 수 있다"며 "가까운 지인 가운데 4년제(대학교)를 나온 사람한테 한번 물어봐라"고 조롱 섞인 발언을 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 씨는 "설치 업체 측이 '배수관을 건드려 문제가 발생해도 추후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사전에 공지했다'며 사전 공지와 관련한 녹취 내용이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녹취 내용을 한번 들어보자'고 하면 '그럴 순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씨는 설치 업체뿐만 아니라 11번가와 캐리어에어컨의 무책임한 태도에 관해서도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설치 업체의 태도도 문제지만, 캐리어에어컨과 11번가의 책임 회피 탓에 더욱 분통이 터진다"며 "큰 기업들이 선을 긋고 '모르쇠'로 일관하니 이런 피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 브랜드를 믿고 구매했는데 결국 소비자는 할 수 있는 것 없이 화를 삭여야 한다. 소비자 개인이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굉장히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 소비자·설치 업체 상반된 주장…캐리어에어컨·11번가 손 놓고 구경만

제조사인 캐리어에어컨은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캐리어에어컨 관계자는 "캐리어에어컨 측과 직거래를 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며 "이런 경우에는 설치를 담당했던 업체가 나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제품 제공자로서 역할만 했을 뿐 사후 관리에 관한 책임은 없다는 게 캐리어에어컨 측의 설명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에어컨 소비자 피해 3건 중 2건은 설치 및 사후서비스(AS)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에어컨 소비자 피해 3건 중 2건은 설치 및 사후서비스(AS)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11번가 측의 답변도 차이는 없었다. 11번가 관계자는 "중재를 하려고 했으나 소비자와 설치 업체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설치 업체가 소비자 응대 과정에서 불친절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사설 업체를 통한 에어컨을 설치 문제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매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에어컨 관련 피해 신청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2016년 210건→2017년 327건→2018년 379건)하고 있고 피해 유형은 사업자의 설치상 과실, 설치비 과다 청구 등 설치 및 AS 관련이 612건(66.8%)으로 가장 많다. 특히 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거래에서 설치 관련 분쟁(60.7%)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사설 업체는 문제가 생겨도 손해배상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유 씨의 집에 에어컨을 설치한 업체 역시 10명 안팎의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곳으로 별도 홈페이지조차 없었다.

<더팩트> 취재진이 유 씨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한 결과 현상황에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대응은 소비자 상담을 거쳐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방법뿐이었다. 피해구제란 사실조사,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관련법률 및 규정에 따라 당사자에게 합의를 권고하는 제도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에어컨 설치 등으로 피해를 봤고, 책임자가 없으면 직접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에어컨 설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오로지 소비자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고객은 에어컨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믿고 제품 구매에 나서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은 손 놓고 구경만 할 뿐 갈등과 감정싸움의 부담은 오직 소비자와 설치 업체만의 몫"이라며 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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