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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소비자권익증진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19.08.09 00:00 / 수정: 2019.08.09 00:00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서는 징벌배상제와 집단소송제, 입증책임전환제도가 소비자기본법에 포함돼야 한다. /더팩트 DB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서는 징벌배상제와 집단소송제, 입증책임전환제도가 소비자기본법에 포함돼야 한다. /더팩트 DB

소비자 권익 증진은 징벌배상·집단소송·입증책임전환 제도 있어야 가능

[더팩트|조연행 칼럼니스트] 철도나 시내버스를 승차권 없이 타면 요금의 30배를 물어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와 관련해 금전이나 물품, 음식 등 편의를 받으면 50배의 벌과금을 내야 한다. 공급자는 소비자가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는 30배부터 50배까지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자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혀도 징벌 배상액이 고작 3배에 그친다. 기업의 경쟁력은 소비자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품을 잘 만드는 것에서 나온다. 공급자인 기업이 상품을 만들면서 소비자의 안전, 생명, 재산에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을 최소화시키는 비용보다 소비자피해가 발생한 이후에 보상하는 비용이 훨씬 적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 민법에 따르면 손해배상은 손해를 당한 만큼, 손해를 당한 자가 손해를 입증해야 받을 수 있다. 이를 소비자문제로 가져오면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안전, 생명, 재산상 손해를 입혔을 때 소비자는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손해를 입증해야 한다. 더구나 공급자가 제공한 1개의 상품에서 1인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한 손해금액은 결국 변호사 비용에도 못 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소송의 실익이 없다.

하지만 전체 소비자피해액을 합친 공급자의 이익은 매우 크다. 겨우 피해소비자들이 모여 공동으로 비용을 분담해서 소송을 제기하지만 오히려 공급자들은 소비자들의 공동소송을 내심으로는 반긴다. 일단 법적 판결을 받겠다고 나서면 비난 여론도 재판부 판결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흘러가고, 소송참여 소비자가 극소수에 그치고 소송이 끝날 때쯤이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관련사건에서 면죄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손해를 입증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공급자가 내부 비밀이라며 관련 정보를 숨기면 대부분 패소하고 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소송이 그렇고, 홈플러스, 카드사 정보유출피해, 자살보험금, 즉시연금 등 소비자 피해 사례들은 대부분 그런 수순을 밟아 왔다.

현재 법률로는 소비자들이 손해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 배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1일 대표적 소비자 피해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피해자 연합이 대기업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현재 법률로는 소비자들이 손해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 배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1일 대표적 소비자 피해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피해자 연합이 대기업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들이 소송까지 치러도 결국 패배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는 있는 '징벌배상제·집단소송제·입증책임의 전환'이라는 소비자 권익 3법이 제대로 없기 때문이다. 이 법들을 흉내낸 법안들은 있지만 뜯어보면 실효성은 없다. 먼저 집단소송제는 지난 2004년 도입됐지만 증권부문에 한정됐고, 요건이 까다롭고 비용이 크게 든다. 그에 따라 15년이 지나도 소송제기건수가 8건에 불과하다.

단체소송 역시 2008년 소비자기본법을 통해 도입됐지만 소송을 걸어도 소비자 권익 침해 행위의 금지 혹은 중지에 그친다. 손해배상이 빠져있다 보니 결국 10년이 지나도 단체소송으로 판결이 제대로 난 건은 한 건도 없다. 입증 책임 전환도 제조물 책임법에는 도입돼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정상 상태에서 사용하고, 제조업자의 지배 영역이 원인이어야 하며 결함이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 한해 입증책임이 전환된다고 했다. 결국 피해사실을 증명하는 것보다 더 어렵게 꼬아둔 셈이다. 결국 소비자 피해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공급자 천국'인 셈이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소비자의 권리와 의무, 국가와 사업자의 책무를 정해 소비생활의 향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하지만 이 법으로 소비자 권익을 증진시키기란 사실상 무리다. 단체소송으로 소비자를 구제한 적도, 집단 분쟁조정으로 민원을 해결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기본법에 마땅히 권익 증진을 위한 징벌배상제와 집단소송제, 입증책임의 전환이 포함돼야 한다.

흩어져있는 소비자 권익을 위한 내용을 소비자기본법에 포함시키면 안전과 생명, 재산상 피해를 주는 기본적인 경우에 모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또 법의 이름도 무미건조한 소비자기본법에서 소비자권익증진법으로 바꿔야 진정한 입법 목적이 드러난다.

유동수, 전해철, 전재수, 제윤경 등 많은 국회의원이 소비자기본법일부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여기에 반드시 소비자권익3법을 추가해서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통과시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선포했고, 여야 국회의원 모두 소비자권익을 증진시키는데 반대하는 자는 없다. 소비자권익3법 제도가 없으면 소비자권익증진은 없다. 모든 소비자가 간절히 바라는 바를 국회는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수렴하길 바란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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