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가 '화학물질 관리법 시행 관련 중소기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91.4%가 유해화학물질 시설기준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더팩트 DB |
중기중앙회 '화관법 시행 관련 중소기업 실태' 조사
[더팩트|이진하 기자]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중소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을 준수하려면 사업장 규모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화관법은 사업장 규모나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중소기업은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자금 상황이나 공장 구조에 상관없이 설비투자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1일 화관법 적용 대상 중소제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화관법 시행 관련 중소기업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91.4%가 물질의 위험 정도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이 화관법을 이행할 때 가장 부담을 느끼는 업무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배치·설치 및 관리기준'이란 응답이 72%로 가장 많았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점검 및 검사에 대한 부담도 71%를 차지해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엄격한 취급시설기준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급시설 기준을 지키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애로사항으로 작용했다. 응답기업 중 73.4%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배치·설치·관리기준 이행의 최대 애로사항으로 '기준 이행을 위한 신규 설비투자 비용 부담'을 꼽았다. 평균 신규 설비투자 비용은 3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밖에도 취급시설 기준 중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부분으로 설치비용, 잔여 공간이 없는 사업장의 방류벽 설치 문제, 관공서 별 지침 기준의 통일성 부족, 영업허가기간 중 설비시설 변경 동시 진행 불가 등으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영업허가 조건도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응답기업 중 51.7%는 영업허가 조건 중 이행하기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장외영양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 제출'을 꼽았다. 장외영향평가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설치한 사업장이 외부 환경이나 사람에게 인적·물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안전성 검사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중소기업이 화학물질관리법 준수가 어려운 주요 원인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으로 나타난 만큼, 취급시설 기준을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화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규제 준수 홍보와 병행하여 정부의 지원책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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