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관계자는 석유화학 분야의 업계 특성상 해외 기업과 합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과 합작하는 일은 옛말이라고 덧붙였다. /더팩트 DB |
업계, 사업 특성상 글로벌 합작 多…일본 기업과 합작은 옛말
[더팩트|이진하 기자] 최근 한일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전범기업 3곳과 합작 관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와 우베흥산, 미쓰이화학 등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롯데케미칼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3개 기업은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전범기업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사업이 글로벌한 특성 때문에 다른 나라의 기업과 이익이 된다면 합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석유 원료가 없는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 원료를 공급받기 위해서 합작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기술적 협력을 하는 것은 국내에서 초기 석유화학이 성장했던 배경이고,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과 독일도 세계 석유화학기업 중 상위권에 속하고 규모면에서는 중국도 앞선 기업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다양한 나라와 협약을 맺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LG화학은 석유화학 관련으로 다른 나라 기업과 합작한 곳은 중국과 베트남 두 곳이다. 한화케미칼도 그룹 계열사가 프랑스와 손을 잡을 곳 외에 원료 공급 관련으로 최근 사우디와 합작을 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와 미국을 포함해 일본 전범기업 3곳과 합작을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미쓰비시케미칼은 각각 950억 원씩 5대 5지분으로 지난 2006년 롯데엠시시(구 롯데엠알시)를 합작했다. 이 회사는 유기화학 물질과 합성고무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현재 롯데여수 공장 내 PMMA(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 공장과 충남 서산 대산공장 내 MMA·MAA(메틸메타크릴레이트·메타크릴산) 공장을 두고 있다.
미쓰비씨케미칼은 미쓰비시화성공업이 전신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과 한국에서 5곳의 작업장을 운영하며 조선인 강제 동원에 관여한 혐의로 전범기업으로 분류됐다. 미쓰비시그룹은 조선인 10만 명 이상을 강제징용했으나 아직까지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2006년부터 이어온 전범기업과 협업 사실이 최근 다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
롯데엠시시는 지난해 막대한 배당을 실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롯데엠시시의 지난해 순이익은 1748억 원으로 배당액만 1400억 원에 달했다. 과반의 지분율을 보유한 롯데케미칼은 물론 미쓰비씨케미칼도 큰 수혜를 입었다. 이같은 방식으로 최근 5년간 미쓰비씨케미칼에 흘러간 배당금은 1049억 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우베흥산과 손을 잡고 부타디엔고무(BR)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롯데-우베 인조고무(LOTTE UBE Synthetic Rubber) 법인 역시 전범기업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법인은 롯데케미칼이 40%의 지분은 보유하고 미쓰비시상사 및 우베흥산이 60%를 보유한 합작 기업이다.
우베흥산은 법용수지·합성고무·정밀화학제품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본의 석유화학 기업이다. 우베흥산 역시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에서 시멘트 등 각종 사업으로 많은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해 노동력을 착취했던 전범기업이다.
이밖에도 전범기업인 미쓰이화학은 롯데케미칼과 5대 5지분으로 합작사를 만들어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0년 미쓰이화학과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해 2011년 호남미쓰이화학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됐다. 이후 2013년 사명을 롯데미쓰이화학으로 변경해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
미쓰이그룹 역시 전범기업으로 미쓰이그룹 계열사 미쓰이광산은 과거 일본 최대 규모의 미이케탄광을 운영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석탄이 군수물자로 사용되며 조선인들 다수가 미쓰이광산으로 강제 징용됐다. 롯데미쓰이화학은 지난해 매출액으로 130억4573만 원, 영업이익은 2억8175만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일본 전범기업과 합작한 사실에 대해 대답하기 곤란한 입장이라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jh31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