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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확대경] '120분 청와대 회의' 이후 더 움츠러든 재계
입력: 2019.07.12 00:00 / 수정: 2019.07.12 00:00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기업인들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기업인들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민관 합동 대응, 단지 의지 표현일 뿐…"일본 경제보복 이슈, 기업이 나서긴 어려워"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한 재계 반응이다. 간담회 이전과 다를 게 없다. 지난 10일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보복에 시동을 건 일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향후 정부와 기업이 수출 규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는 청와대 설명이 나왔지만, 재계는 여전히 속앓이 중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개별 기업 차원의 '물밑 대응'만 가능할 뿐 사실상 고립무원 처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한일 갈등 중심에 기업을 두지 말고 외교적 해결에 몰두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1일 복수의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 이후 기업의 부담만 늘어난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업들의 의견을 들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애당초 간담회 자체가 본질적으로 문제 해결 방안 마련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30여 명의 기업인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비공개로 진행되긴 했지만, 정치·외교적 문제에 기업인들이 나서서 의견을 낸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간담회 이후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정부와 주요 기업이 단기적·중장기적 대처를 해나가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품과 소재 국산화 등 중장기적 문제를 제외하고 간담회 이후 일어날 기업의 '단기적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이 "일단 지켜봅시다"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하는 중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움직임이 있더라도 그걸 이야기할 수 있느냐"며 "일본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감한 이슈에 쉽게 입을 열 기업은 없다"고 귀띔했다.

현재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건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만큼 이 문제를 길게 보는 새로운 대책을 짜기 위해 내부적인 검토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민감한 이슈에 대한 불똥'을 우려하며 잔뜩 움츠린 상태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당장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기업들도 '조용한 대책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 활로를 찾기 위해 일본으로 갔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7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재용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 활로를 찾기 위해 일본으로 갔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7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재용 부회장. /뉴시스

삼성전자와 SK를 보면 재계가 이번 사태에 대해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등으로, 삼성전자는 수출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와대 간담회에 불참하면서까지 일본에서 사태 수습에 매진하고 있다. 다만 물밑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등 운신의 폭이 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대형 은행 간부, 현지 거래처와 접촉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이 소개됐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피해 직접 당사 기업인 SK그룹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책 수립에 몰두하고 있지만, 이를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단계에서 SK하이닉스는 관련 사업팀을 꾸려 미리 재고를 확보하고, 거래처와의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과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이슈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내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만큼은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다른 기업 총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일 간 갈등의 중심에 굳이 들어가려는 기업 총수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경영을 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가장 난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간담회 이전과 간담회 이후 기업의 속앓이 수준이 그대로인 건 이번 사안이 기업 내에서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을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복수의 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외교적 문제 해결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행히 정부도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의 의견을 들은 뒤 통상 전문가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미국으로 급파하는 등 외교전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통화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등 미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실무진들도 일본과 미국 등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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