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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 면세점, 아쉬운 성적표…비싼 가격에 면세 한도 낮아
입력: 2019.06.20 18:30 / 수정: 2019.06.20 18:30
인천국제공항 입국장면세점 2주간 매출이 공개됐다. 당초 예상됐던 일 평균 매출액 3억 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을 기록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면세점 2주간 매출이 공개됐다. 당초 예상됐던 일 평균 매출액 3억 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을 기록했다. /뉴시스

'일 매출 1억9300만 원'…예상보다 낮은 매출액에 업계 "예견된 일"

[더팩트|이진하 기자] 입국장 면세점이 아쉬운 성적을 냈다. 오픈 초기지만 제한된 면세 한도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인천공항공사가 예상했던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2주간 입국장 면세점 매출액은 26억9900만 원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1억9300만 원을 기록한 수치로 인천공항공사가 당초 예됐한 일평균 매출액인 3억 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입국장 면세점은 기존 출국 면세점과 달리 구입한 면세품을 여행 기간 내내 들고 다녀야 했던 고객 불편을 해소하고자 마련됐다. 해외소비를 국내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 2개소와 제2터미널(T2) 1개소 등 총 3곳을 마련했다.

◆ 예상 일평균 64% 수준 기록, 제한적 상품과 경쟁력 낮은 가격

제1여객터미널에 마련된 2개의 면세점 사업자는 SM면세점이다. 1층 수하물 수취 지역 중앙을 기준으로 동·서편 대칭으로 2개 매장(380㎡)을 운영하고 있다. 엔타스듀티프리가 사업자인 제2여객터미널은 1층 수하물 수취 지역 중앙에 1개 매장(326㎡)을 운영하고 있다.

면세점별 매출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1여객터미널(T1)의 매출액은 19억6500만 원이다. 일평균 매출액 1억4000만 원을 기록했다. 제2터미널(T2)은 7억3400만 원으로 일평균 매출액은 5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면세업계는 당초 인천공항공사가 예상했던 일평균 매출액 3억 원은 무리였다는 반응이다. 명품이나 담배 판매가 제한됐고, 주력 판매 품목이 술과 화장품 등으로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면세 한도 또한 적어서 경쟁력이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2주 동안 입국장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물품은 술이었다. T1의 경우 주류, 식품, 뷰티용품, 전자제품, 악세사리 순으로 많이 팔렸다. T2는 주류, 식품, 뷰티용품, 스포츠용품, 전자제품 순이었다.

일부 고객들은 가격 경쟁력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인터넷 면세점 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주류 코너에서 가장 비싼 술은 로열 살루트 32년산(500ml)과 발렌타인 30년산(70ml)으로 1병 값이 399달러다.

하지만 인터넷 면세점은 20% 할인쿠폰을 제공해 319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이밖에 인기품목인 건강식품 등 다른 품목도 할인 쿠폰을 받아 인터넷 면세점에서 사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입국장 면세점을 다녀온 고객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면, 해외까지 들고 나가야 하는 부담이 없어 편리하다"는 긍정적인 고객도 있었지만 "가격도 비싸고, 살만한 물건도 없다"는 등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고객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면세품목과 면세한도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대로 지속된다면 매출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시스
업계 관계자들은 면세품목과 면세한도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대로 지속된다면 매출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시스

◆ 면세점은 늘었지만, 면세 한도는 '그대로'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입국장 면세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면세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새롭게 개장한 입국장 면세점의 면세 한도는 600달러(술 1병·향수 60㎖ 별도)를 포함해 내국인 1인당 3600달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국장 면세점에서 가장 비싼 상품은 핑과 마루망에서 만든 599달러 골프채이며, 향수도 60㎖로 한정돼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입국장 면세점 구매 한도를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와 같게 설정한 이유에 대해 "운영 초기 혼선을 예방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은 시점에서 1인당 구매 한도 600달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자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자료를 통해 "향후 입국장 면세점 시범운영 상황을 봐가며 검토할 예정"이라며 "국민소득 증가 및 물가 상승을 고려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9년에 도입된 면세점 구매 한도는 지금까지 총 3번이 수정됐다. 1979년 국민소득 증가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1985년 1000달러, 1995년 3월 2000달러에서 2006년 3000달러로 한도금액을 상향한 바 있다. 여기에 입국장 면세 구매 한도는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이 시범운영을 시작하며 도입됐다.

여기에 세금공제는 입국장 면세점에서 구매한 국산품부터 우선 적용되는 등 복잡한 셈을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국산 브랜드 화장품과 해외 브랜드 화장품을 모두 구매해 면세 한도를 넘었다면 국산 브랜드 화장품만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의 경우 구매한도가 낮아 상품 구매에 있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면세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실적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또 세금 공제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관광객이 많아 제대로 된 홍보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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