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웅진에너지'는 파산직전이다. '웅진씽크빅'은 코웨이 인수과정에서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다. 갚아나가야 할 이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여러모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머리가 아픈 상황임은 분명하다. /더팩트 DB |
'에너지' 회생절차·'씽크빅' 부채 4배 이상 증가…업계 "코웨이 인수 무리였나"
[더팩트 | 신지훈 기자] 코웨이를 다시 품으며 재도약에 나선 웅진에게 악재가 겹쳤다.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그룹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평가다. 국내 산업 보호 차원에서라도 파산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전망은 어둡다. 부채가 많아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품은 '웅진코웨이'는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냈지만 인수 주체자였던 '웅진씽크빅'은 빚에 허덕이는 중이다. 인수금액에 대한 이자비용을 갚아나가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5년 뒤에는 인수자금 상환까지 해야한다.
◆법정관리 들어간 웅진에너지...웅진은 '챙길 여력이 없다'
지난달 29일 웅진에너지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채무 변제나 재산 처분, 임직원 채용 등을 금지하는 재산보전처분 명령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또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에게 강제집행과 가압류, 가처분 등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명령도 내려졌다고 밝혔다.
웅진에너지의 법정관리행은 웅진에너지가 지난 4월27일 외부감사인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감사의견거절로 채권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며 웅진에너지는 약 757억 원의 채권을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웅진에너지는 주채권자인 산업은행 등과 출자전환을 골자로 한 채무 조정협상에 나섰지만 산업은행은 웅진에너지의 미래를 어둡다고 보고 협상을 결렬했다.
지난달 20일 산업은행은 웅진에너지를 ‘부실징후기업에 해당하며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라고 기업신용위험평가를 내렸다. 결국 웅진에너지는 지난달 2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현재 웅진에너지의 차입금 규모는 총 1954억 원 대다. 웅진에너지의 회생절차 방향은 앞으로 법원과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회사 존폐에 내몰린 웅진에너지를 웅진그룹이 끝까지 안고 갈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웨이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웅진그룹이 웅진에너지까지 챙길만한 여력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웅진에너지가 파산할 시에는 윤석금 회장의 책임론이 분명 떠오를 것"이라며 "8년간을 믿고 투자해온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웅진에너지 모습 /웅진에너지 홈페이지 |
이런 상황에 웅진에너지 투자자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1000억 원이 넘는 채무액을 상환하지 못하고 웅진에너지가 파산할 시에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웅진에너지의 회생안은 크게 두 가지다. 'M&A를 통한 외부 투자 유치' 또는 '채무조정을 통한 자구회생'이 그 것"이라며 "문제는 부채는 많은데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웅진에너지에 투자를 단행할 기업을 찾기는 현재로서 매우 어려워 보인다. 태양광 시장 상황도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웅진에너지에 대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책임론이 분명 떠오를 것"이라며 "8년간을 믿고 기다리며 투자해온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웅진의 코웨이 다시 품기는 무리한 시도였나...빚의 늪에 빠진 '웅진씽크빅'
웅진씽크빅이 빚의 늪에 빠졌다.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다시 품었다지만, 씽크빅에겐 빚을 안긴 셈. 지난해 말 50% 대에 머물던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243%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코웨이 인수를 위해 외부에서 조달한 인수자금도 부담이지만 인수자금에 대한 이자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 자칫 코웨이가 웅진그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의 올해 1분기 부채는 1조8300억 원에 달한다. 총 부채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차감한 조정부채비율도 243%에 달해 지난해 말 기준 58%에서 4배 이상 늘어났다. 웅진씽크빅의 2017년 부채는 2310억 원, 2018년 부채는 3343억 원이었다.
원인은 코웨이 인수다. 올해 3월 웅진그룹의 품에 다시 안긴 코웨이의 인수 주체는 웅진씽크빅이다. 이 과정에서 웅진씽크빅은 막대한 외부 자금을 끌어들였다.
웅진씽크빅은 코웨이 인수를 위해 총 2조 원대의 자금을 조성했다. 4000억 원은 웅진에서, 나머지 1조6000억 원은 외부에서 조달했다. 외부조달은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웅진씽크빅에 5년 만기 담보대출을 통해 1조1000억 원 인수금융을 제공했다. 담보는 웅진코웨이가 보유할 1조6000억 원의 지분이다. 나머지 5000억 원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이 자금으로 웅진씽크빅은 6년 전 코웨이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가 세운 ‘코웨이홀딩스’로부터 보유지분 22.17%(1635만8712주)를 1조6831억 원에 매입했다. 이후 코웨이의 2대 주주였던 싱가포르투자청 보유지분 중 1%(73만80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웅진씽크빅은 보유지분 비율을 최대 27%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9월25일 이전까지 추가지분 매수를 완료할 계획이며, 최종 27%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웨이 인수는 웅진그룹에는 호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코웨이 인수를 위해 끌어들인 자금은 자칫 웅진그룹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코웨이 인수는 인수 주체인 웅진씽크빅에 막대한 부채를 안겼다. 갚아야 할 원금도, 이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덕인 기자 |
코웨이 인수는 분명 웅진그룹에겐 호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자칫 미래에 '무리한 인수'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는 웅진씽크빅의 현금창출력을 대비해 코웨이 인수를 위해 끌어들인 자금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이 너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5년 뒤 차입금 1조1000억 원까지 상환해야한다. 코웨이 인수로 인해 웅진그룹이 자칫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의 1조1000억 원의 차입금에 대한 연간 이자율은 최소 4.6%에서 최대 7.3%다. 담보인정비율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는 구조다. 즉 인수금융 담보인 웅진코웨이의 주식 가치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연간 최소 506억 원에서 최대 803억 원의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 전환사채 5000억 원에 대한 이자율은 발행 후 첫 1년은 1%, 2년부터 2%다. 올해는 50억 원, 내년부터 100억 원 대의 비용이 발생할 예정이다. 여기에 기존부터 발생해온 금융비용까지 합산하면 웅진씽크빅의 연간 이자비용은 최소 630억 원에서 최대 930억 원대에 달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1조1000억 원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율은 웅진코웨이의 주식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웅진씽크빅이 최소한의 이자비용을 내기 위해서는 코웨이의 실적이 매우 중요하다"며 "또한 웅진씽크빅의 현금창출력은 현재 1200억 원대다. 이를 토대로 단순히 계산해보면 웅진씽크빅이 1년 간 쌓을 수 있는 현금은 300억 원~500억 원 후반 수준이다. 5년 뒤 웅진씽크빅이 마련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약 3000억 원대라는 얘긴데, 상환해야 할 1조1000억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칫 코웨이의 실적이 부진해 코웨이 주가가 악화라도 될 시에는 웅진에게 코웨이 인수가 역풍이 되어 돌아올 확률이 높다. 한국투자증권에게도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렌탈업계 한 관계자도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코웨이의 주력사업인 렌탈시장은 코웨이와 청호 외에도 대기업까지 대거 가세하며 경쟁이 매우 치열해져 코웨이에게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웅진은 코웨이를 인수하며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번 누리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은 코웨이에게 유리하지 않다.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gamj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