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가 농협생명·손해보험사 실적 악화에 고심이 깊다. /더팩트 DB |
생·손보사 일제히 실적 악화…단기 해결 어려워
[더팩트|이지선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보험계열사 실적 악화로 고민이 깊다. 농협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수익 악화와 함께 건전성 지표도 나빠지면서 지주사 순익을 깎아 먹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보험계열사인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이 올해에도 실적 악화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농협생명은 올해 1분기 6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 대비 97% 넘게 감소한 실적을 거뒀다. 체질 개선을 위한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으로 기존의 저축성보험을 줄이면서 순익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이익이 감소하면서 건전성 관리에도 위기가 닥쳤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사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이 눈에 띈다. 지난해 내내 하락세를 보이던 RBC 비율은 지난해 4분기부터 200% 수준을 밑돌더니 올해 1분기에도 193.4%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적정 RBC 비율을 150%로 권고하고 있지만 농협생명의 규모가 업계 4위권으로 꼽히는 데다 생보업계 평균 RBC 비율이 261.2%인 것을 고려하면 우려가 나올만한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RBC 비율은 338%를 기록했고 교보생명은 322%, 한화생명은 218% 수준의 RBC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농협손보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0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기록한 87억 원 대비 77% 감소하면서 역시 큰 폭으로 악화됐다. 더구나 농협손보는 풍수해나 가축 재해 등에 대해 보장하는 정책성 보험 상품을 주로 다루는 만큼 이러한 대형 재해가 발생하면 손해율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강원도 지역에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한 피해 보상이 반영될 전망이라 더욱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강원도 산불 피해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보상 청구는 총 441건이다. 이 중 141건이 농협손보에 접수됐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은 지난 2월 보험 부문 실무진 중심의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적 실적 개선을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더팩트 DB |
금융권 관계자는 "풍수해 보험이나 농작물 보험 등은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 보험"이라며 "최근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손해가 크다고 비중을 줄이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새 자본규제 도입에 대한 대비를 위해 자본 확충 시급한 상황이라 보험 부문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보험 부문 실무 TF(태스크포스)를 꾸리면서 팔을 걷어붙였지만 아직 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올해 실적 부진 배경은 다른것보다도 자산 운용 부문에서 금리 역전과 환율 영향으로 환헤지 부문 손실이 컸다"며 "금리 역전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운용 수익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장기적으로 보장성 보험을 늘려가는 과정인 만큼 체질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 업황이 전반적으로 둔화된 상황이라 영업이익을 단숨에 끌어올리기도 어려울뿐더러 규제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당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단기적으로 보기보다는 자본규제 등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체질을 어떻게 바꿔나가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