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LG화학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며 의도적으로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주장한 LG화학과 모든 사안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15일 나란히 전기차 배터리 수주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더팩트 DB |
'중국 신규 투자' SK이노 vs '볼보 품은' LG화학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법정다툼을 예고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전기차 배터리 수주 계획을 발표했다.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날선 비방전에도 글로벌 시장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이 포문을 열처 제쳤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에 신규 배터리 생산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 위한 출자를 위해 이사회를 결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에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공장 신설에만 총 5799억 원 규모의 비용이 투자된다.
이에 최근 2년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투자 누적금액은 5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3월 유럽 헝가리 코마롬에 첫 해외 생산기지 건설하는데 8400억 원을, 같은해 8월 중국 창저우에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으로 중대형 배터리 공장 건설에 8200억 원을 투자했다. 이후 올해 2월과 3월 각각 유럽 헝가리(9400억 원)와 미국 조지아주(1조9000억 원)에 배터리 공장을 추가로 건설한다. 여기에 중국 신규 공장까지 추가되며 총 5개의 해외 배터리 생산 기지를 보유하게 됐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과 조인트벤처 추진이 유력한 상황이다. 폭스바겐은 대규모 전기차 프로젝트를 예고하며 협력사와 배터리 셀 생산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협력사가 어느곳이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며 협약을 맺은 SK이노베이션이 파트너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창저우 공장 건설에 이어 중국 현지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게 됐다"며 "이번 투자는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투자를 적기에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이자 오는 2022년까지 6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신설 및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15일 중국에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5799억 원 규모를 새롭게 투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공장 현황. / SK이노베이션 제공 |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한 15일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청사진을 내놨다. 이날 LG화학은 볼보자동차그룹과 리튬이온 배터리 장기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볼보 전기차 뿐만 아니라 볼보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에도 LG화학의 배터리가 공급된다.
특히 볼보자동차그룹이 올해부터 신차는 무조건 전기차만 출시한다고 공언할 정도로 전기차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LG화학의 이번 계약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도가 높다. 볼보자동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차량 판매의 절반을 순수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이에 LG화학은 볼보자동차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 장기 계약을 따내며 자동차 브랜드 가치 상위 20개사 중 13개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포드, 볼보, GM, 르노, 현대차 등 총 13개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약 110조 원 규모로 이번 볼보와 계약에 따라 수주규모는 지속적으 증가할 전망이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은 "이번 계약은 1990년대초부터 30여년에 걸쳐 R&D를 비롯해 생산, 품질 등 전분야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얻게 된 의미있는 성과"라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맞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차량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볼보자동차그룹과 이 회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LG화학 제공 |
업계에서는 양 사의 이번 전기차 배터리 수주 소식이 양 사가 벌이고 있는 소송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사안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아직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만약 ITC가 조사에 들어간다해도 오는 2020년 상반기에나 예비판결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양 사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국내 법정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소송 비용과 별도로 배터리 수주 경쟁이나 공장 증설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비방전이 격화되고 있지만 양 사의 이번 낭보는 국내 배터리업계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며 "선의의 시장 경쟁은 바람직하나 소송전이 장기화될 경우 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