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융사들이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적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이 지난달 17일 1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신사업 추진…'새 먹거리' 물색
[더팩트|이지선 기자] 금융사가 '혁신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맞춘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그동안 추진할 수 없었던 사업으로 '새 먹거리' 창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2차 우선심사까지 마친 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업자 명단에 기존 금융사 KB국민은행과 신한카드, 농협손해보험, 우리은행도 이름을 올렸다. 스타트업이나 핀테크 기업 뿐 아니라 전통 금융사들도 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 활용해 새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시행에 따라 금융사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시장에서 검증해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대상으로 선정되면 각종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된다. 서비스 시행 여부에 따라 궁극적인 규제 개혁을 검토하게 된다.
앞서 업계에서는 이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그간 각종 규제에 막혀 사업 전개에 차질을 빚던 핀테크 업체나 스타트업 등이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핀테크 업체 뿐 아니라 기존의 영업방식으로 수익을 내는데 한계를 느낀 전통 금융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은행에서 알뜰폰을 개통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한다.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서비스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USIM칩을 넣으면 은행 및 통신서비스를 한번에 가입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비금융업인 가상통신이동통신망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받아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행할 전망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한 송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가맹점사업자가 아닌 개인도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신용카드로 경조사비 등 개인간 송금이나 일회성 직거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말 그대로 개인도 신용카드 가맹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한카드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행한다.
핀테크 업체 뿐 아니라 KB금융, 신한금융 등 대형 금융사들도 혁신사업을 출시하기로 하면서 수익성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
신한카드는 또한 카드정보를 활용해 개인사업자의 신용을 평가하는 서비스도 시행한다. 신용조회사가 아닌 카드사가 개인에 대한 신용조회업무 서비스를 수행해 개인 사업자 대출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빠르면 연내 실시될 전망이다.
농협금융은 손해보험사를 내세웠다. 농협손해보험은 일정 기간 내에 해외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때 재가입시에는 보험업법에 따른 설명 및 공인인증 절차가 없는 간편 가입 시스템을 도입하 전망이다. 해외여행자보험에 자주 가입하는 고객들이 신속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고객이 원할때 보장을 쉽게 개시할 수 있도록 '온오프(On/off)'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손보는 6개월 내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환전과 현금 인출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전망이다. 자동차 내에서 주문하고 음식을 가져갈 수 있는 요식업체의 드라이스 스루(Drive Thru) 매장이나 공항 인근 주차장 등에서 원화나 외화를 수령할 수 있돌고 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서비스와 요식업체 서비스의 인프라가 결합돼 이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제고될 것으로 봤다. 우리은행은 오는 10월부터 해당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들도 현재의 영업만으로는 수익성을 키우기에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디지털이나 글로벌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금융권은 특히 규제가 더욱 첨예해 새로운 사업을 시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는데 정부에서 주도하는 혁신금융서비스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사업까지 추진할 수 있게 돼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