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총 1조73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만 이번 추가지원에 참여했다. /더팩트DB |
산은 노조 "또 산은만 희생하는 것 아니냐" 지적
[더팩트|이지선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위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큰 금액을 지원할 계획을 내놨다. 다만 채권단을 함께 구성하는 시중은행은 이번 지원책에 참여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준비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 원, 금호고속에 1300억 원 등 총 1조73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금호 측이 제안했던 5000억 원에 비해 지원 규모가 크게 늘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장 투입되는 자금은 영구채 인수 금액 5000억 원이고 매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을 준비한 상황"이라며 "대우조선의 경우에도 크레딧 라인(한도대출)을 줬지만 잔액을 하나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지원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가 지원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도했고, 수출입은행만이 참여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일반 시중은행들이 추가지원에 어려움을 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장기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은 SC은행(680억 원), 우리은행(120억 원), 광주은행(67억 원) 등이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이 이번 지원에 참여하지 않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지만 국책은행이 또다시 혈세를 투입해 책임을 '떠맡는' 형국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셩명을 내고 "국책은행이라는 미명 하에 산은이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 아니냐"며 시중은행도 구조조정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절차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국책은행이 자금 지원을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 더팩트 DB |
그러나 시중은행이 이번 지원에서 빠진 것은 시중은행의 의지라기보다는 정부가 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단을 구성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금호산업 측이 제출한 첫 번째 자구계획안과 두 번째 자구계획안을 놓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에는 모두 참석했지만 이번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따로 요청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기업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유동성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국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금지원을 주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지원 주체가 많아지면 의사결정에 시간이 길게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채권단을 구성하고 있긴하지만 자금 규모도 작고 하다 보니 가장 채권을 많이 보유한 국책은행이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연내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화를 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논의를 따로 거칠 시간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산업이 기간산업인 만큼 정부가 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국책은행이 주도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실사에 돌입해 매각 주관사를 지정하고 오는 6월 중으로는 금호그룹이 보유한 아시아나 항공 지분에 대한 입찰 공고를 내 연내 매각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만약 매각이 무산될 경우 매각 대상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 조건으로 매도할 수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1차 매각 이후부터는 산은 등 주채권은행이 매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