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화학공장을 운영하는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6개 업체가 대기오염물질 측정 수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팩트 DB |
현장서 미세먼지 저감 켐페인 등 자구적 노력 진행…환경부 수사 대상 확대될 가능성은 있어
[더팩트 | 이한림 기자]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 내 화학공장을 보유한 대기업이 대기오염물질 측정 대행사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 수치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여수산단에서 공장을 가동중인 롯데케미칼,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등 다른 화학업체들은 이번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은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여수산단에 화학공장을 보유한 업체들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했다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대상 기업은 LG화학과 한화케미칼, 에쓰엔엔씨, 대한시멘트,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이다.
이날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모두 이번 논란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LG화학은 여수 산단 내 관련 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며 한화케미칼은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이번에 대기오염물질 수치 조작 공모 정황이 드러난 곳이 이번에 적발된 대행사 4곳이 관리하는 총 235곳 중 31곳에 이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조작 정황이 확실한 6곳에 대해 수사 의뢰를 진행한 상황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공모 정황이 의심되는 나머지 25곳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업체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롯데케미칼,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등 다른 여수산단 화학업체들은 이번 논란에서 제외됐다. 롯데케미칼은 여수에 3곳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1·2·3공장에서 합성수지, 화성, 기초유분 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한다. GS칼텍스의 경우 여수산단에 정유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호석유화학도 같은 곳에 고무1·2공장과 합성고무공장, 정밀화학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번 환경부에 적발된 6개 업체를 제외한 다른 여수산단 화학업체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현장과 본사 차원에서 적정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
그러나 이번 환경부에 조작 혐의가 적발된 업체를 제외한 여수산단 화학업체들은 이번 대기오염물질 측정 수치 조작 논란에 대해 같은 지역 내에서 화학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업체로써 유감을 표하면서도 환경부가 정한 먼지나 황산화물질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수치에 대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현장과 본사 차원에서 자구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다른 산단 내 화학업체도 대규모 화학공장을 보유한 타 업체와 동일하게 대행사를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 결과값을 측정하고 있다. 또 업체들은 대행사에서 측정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결과값을 보고받고 있어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수산단 내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타 업체에서 수치를 얼마나 속이고 어느정도 데이터 차이가 났는지 알 수 없지만 동종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여수 시민들의 충격을 생각하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며 "올초 미세먼지 저감 이슈가 부각됐을 때 현장에서 자체적인 미세먼지 저감 캠페인을 진행했고, 고체 원료 대신 가급적 먼지가 안나오는 기체나 액체 원료로 바꿔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논란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전국 모든 사업장으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기업과 공무원들이 내부 물질 감시에 소홀하고 느슨하게 대처한 결과, 국내 대기오염 관리 정책의 심각한 구멍이 드러났다"며 "전국 모든 사업장의 대기오염 배출량 데이터를 예외 없이 실시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