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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조양호 퇴진 바라보는 경제계 우려의 시선
입력: 2019.03.28 10:43 / 수정: 2019.03.28 10:43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의 반대표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것과 관련 재계 안팎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의 반대표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것과 관련 재계 안팎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재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객관적인 기준 필요"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의 반대표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객관적인 요건과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전날(27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 안건을 논의했다. 주총 전부터 관심이 쏠렸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대한항공 정관에 따라 부결됐다.

사상 첫 대기업 총수의 퇴진이 현실화하자 국내 주요 경제단체는 일제히 논평 등을 통해 우려의 뜻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안건 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민연금은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도 반한 결과일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공적 연금이 기업 경영에 대단히 중요한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가치 제고,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 등 관련 제반 사안에 대한 면밀하고 세심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특히 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평가는 부분적·일시적 사정을 넘어 장기간의 경영성과와 총체적인 관리능력 등에 대해 비중있게 다뤄져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안건을 심의한 과정을 보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여론에 휩쓸려 결정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객관적인 요건과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객관적인 요건과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 대기업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에 관한 우려는 이미 지난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을 공언하면서부터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 상장사를 비롯해 무려 300개가 넘는다. 특히,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지분이 10% 이상인 기업에 관해서 주주총회 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시하면서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자칫 국내 기업의 상당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진그룹과 대립각을 세웠던 사모펀드 KCGI의 경우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10.71% 보유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지분 7.34%를 보유한 3대 주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향방에 따라 한진칼의 경영권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진 배경으로 '주주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의 침해 이력'을 꼽았다. 조 회장은 총 270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로 법정에서 유무죄 여부를 가늠한다. 일각에서는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두고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결론 짓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 측에서도 지난 26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관해 반대 결정을 한 것과 관련해 "사법부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법적 가치마저 무시하고 내려진 결정이다"며 "국민연금의 사전 의결권 표명은 위탁운용사를 비롯해 기관투자자, 일반 주주들에게 암묵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다수 대기업의 최대 주주 또는 2대 주주에 올라 있는 국민연금이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충분한 논의 없이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기업 안팎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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