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13일 본회의를 통해 LPG 차량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휘발유·경유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정유업계의 반박이 예상되고 있다. /더팩트DB

국회, 미세먼지 대책으로 LPG차량 규제 완화법 의결…13일 본회의 처리 예정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국회가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하며 정유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난달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부의 재정개혁보고서에 따라 경유세 인상도 검토되고 있어 정유사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LPG 차량에 대한 사용제한 규제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발생량이 적은 LPG차량 이용을 권장한다는 취지에서다.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 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 취지에서 LPG 규제를 전면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는 여야의 미세먼지 대책 법안 중 하나로 13일 본회의를 통해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 공급을 주 수익원으로 하는 정유업계의 시름이 짙어지고 있다. 경유차와 휘발유차의 수요가 줄어든다면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달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재정개혁보고서'를 통해 경유세 인상 방안도 권고되고 있어 정유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모양새다. 당시 정유업계는 서민들의 경유차 수요가 높기 때문에 경유세가 인상되더라도 당장의 수요 감소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LPG차량이 규제 완화를 통해 서민에게 풀린다면 경유차가 담당한 차량 수요가 온전히 LPG차량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르면 현재 LPG차량은 장애인과 국가 유공자, 택시와 렌터카 등 사업자만이 구매가 가능하다. 일반인이 사용 가능한 LPG 차량은 7인승 이상 다목적 승용차(RV)와 1000㏄ 미만 경차, 5년 이상 중고 승용차 등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를 통해 LPG 차량 규제 완화 관련법이 통과한다면 LPG 차량 사용 규제가 풀리면서 앞으로 일반인도 손쉽게 LPG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LPG의 가격이 이날 기준 휘발유·경유보다 리터당 450원~550원 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규제가 완화되면 국내 보급량은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가 LPG 차량 규제를 완화한다면 경유차보다 미세먼지를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하는 LPG 차량의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김세정 기자

다만 석유협회 등 일각에서는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일반에게까지 LPG 사용을 허용한다면 향후 국내 정유사들의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시황에 따라 지난해 실적도 부진한 데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완화한다면 석유제품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석유화학산업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 정제과정에서 만들어내는 LPG 생산수율은 3~4%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 LPG 수요가 증가하면 할수록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역효과가 예상된다"며 "반면 휘발유와 경유는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해외로 수출한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특종 유종만 늘리거나 줄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정유사는 휘발유와 경유 수출을 늘려 정제 비용을 줄여야한다. 이미 국내에 유통되는 LPG의 약 70%가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