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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민간재산권을 박탈한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입력: 2019.03.09 00:01 / 수정: 2019.03.09 00:01
정부의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과거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국민의 사적재산권을 되찾기 위한 일제강점하 민간재산 청구권 실태조사특별법 통과가 필요한 이유다. /이새롬 기자
정부의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과거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국민의 사적재산권을 되찾기 위한 '일제강점하 민간재산 청구권 실태조사특별법' 통과가 필요한 이유다. /이새롬 기자

이종걸 의원 발의한 '일제강점하 민간재산 청구권 실태조사특별법', 반드시 통과해야

[더팩트|조연행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제1의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적폐 중 적폐라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과거 정부의 잘못으로부터 비롯된 것들을 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박정희 독재 정부의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고, 민간재산청구권보상이다. 박정희 정부는 한일협정으로 국민의 사적재산권을 일방적으로 포기시켰다. 일본으로 반출된 금·은을 포함하여 대조선총독부채권·금품·재일재산 등 대일청구권 8개항목에 대한 대일청구권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고 협정하고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게 된다"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대가로 일본으로부터 5억 달러(무상 3억 달러와 유상 2억 달러·1965년 당시 환율 고려 한화 약 1355억 원)와 상업차관 3억 달러를 별도로 받아와 경제개발자금으로 다 쓰고 달랑 91억 원(0.67%)만으로 인명피해 1인당 30만 원, 재산권 피해 1엔당 30원씩 보상을 마쳐버렸다. 여기에는 피징용자 미수금이나 피해에 대한 보상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2004년 일본재판소도 강제동원 피해자의 후생연금의 원금 지급판결을 내렸고, 최근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박정희 정부는 1966년 청구권자금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71년 대일민간청구권 신고에 관한 법률, 74년 대일민간청구권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한 형식적인 보상으로 생색만 냈다. 보상액수도 적지만 이마저도 조선총독부에서 강매한 '간이보험'에 대한 보상은 포함시키지 못 했다. 지금의 종신보험인 간이보험은 가장 많은 1123만 명이 가입했다. 1945년 우리나라 전인구 1667만명의 67.3%가 종신보험을 든 것이다. 종신보험이 필요 없는 어린아이는 물론 노인들도 가입시켰다.

일본은 손쉽게 1929년 조선간이생명보험에 가입하라는 명령을 내려 일제의 재정자금을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행했다. 일본은 자기자본이 필요 없고, 설비도 필요 없이 경영규모를 무한정 키우고 특별회계처리가 가능한 '보험'을 자금 지원책으로 교묘하게 택한 것이다. 보험모집 역시 반강제적으로 체신국을 통해 인구비례 할당한 전시 국민총력운동요강을 발표해 1호1가구 가입을 장려했다. 1941년에는 조선국민저축조합령을 실시해 저축이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생필품을 사지 못하게 까지 하면서 강매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3조에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는 사적재산권에 대해 일방적으로 포기시키고 합리적인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 보험계약자 1223만 명중 4만3000명, 0.355%만 신고했고 보상금액은 고작 2000만 원에 불과 했다. 특히, 조선총독부 간이보험은 청구권대상에 포함시켰다가 보상대상에서 제외시켜 개인의 몫을 정부가 가로채 유용한 셈이다.

과거에 보험료 수금방법은 '집금불입'과 '우체국창구불입' 두가지 방법 뿐이었다. 간이보험은 대부분 '집금불입'으로 돼 있었다. 일본은 패망 이후 체신국의 집금인이 수금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보험을 실효시킨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의 책임은 일본 정부 체신국이 지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일제보험은 개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적으로 가입시켰고, 해방과 함께 국가가 분리돼 보험계약을 유지·관리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때문에 이 보험계약은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보험이 무효인 경우 기납입보험료를 되돌려 주는 것이 약관의 원칙이다.

일제강점기에 강매로 가입한 보험에 대해서는 재산 청구가 이뤄져야 한다. 17대 국회부터 발의된 일제강점하민간재산청구권 보상법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이덕인 기자
일제강점기에 강매로 가입한 보험에 대해서는 재산 청구가 이뤄져야 한다. 17대 국회부터 발의된 일제강점하민간재산청구권 보상법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이덕인 기자

문제는 청구권 소멸시효다. 1965년 정부의 일방적인 대일민간 청구권 포기에 따라 자동적으로 소멸했다는 주장으로 국민들을 속여왔다. 그러나, 사적재산권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포기시켜 버린 것은 인정할 수 없다. 더구나 군사정권하에서 청구할 수도 없었으므로 그 기간은 시효중단이 된 상태로 보아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대일민간청구권보상관계법령의 위헌 문제와 정부의 책임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정부는 국민들의 간이보험과 우편저금에 대한 대가로 자금을 받아와 놓고 오리발을 내미는 셈이다. 조선총독부 간이보험과 우편저금, 금융조합 발행 예금증서나 출자증권을 해방이후 정부에서 승계해 체신부와 농협중앙회에서 지급업무를 계속 취급해왔고, 조선식산은행 애국채권과 복표는 자산관리공사가 채권상환 공고 후 1957년 4월부터 10년간 상환을 완료했다고 주장한다. 또 현재는 전부 소멸시효가 완료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체신부나 농협에서 업무를 담당했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보험료나 예금증서금의 반환을 청구하면 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만일 시효가 유효하다 하더라도 1953년 1/100, 1962년 1/10로 화폐개혁을 단행했기 때문에 화폐가치는 1/1000로 줄어들어 거의 전부 1원 미만으로 보상해 줄 것이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국민들을 속여 왔다.

2005년 3월1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가 개인의 청구권을 일방적으로 처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며, 한일협정과 피해자보상문제에 우리정부에게도 부족함이 있었다면 정부가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이에 힘입어 17대 국회에서 일제강점하 민간재산청구권보상법을 입법발의 했고,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도 발의했었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하에서 논의가 지지부진 했다. 적폐청산을 내세우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다시 독립운동가 자손인 이종걸 의원이 다시 발의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법안에 대해 재정적, 예산확보의 문제, 시효종료, 법적안정성 및 형평성문제로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또한, 추가로 보상할 경우 6.25전후에 증빙서류를 소실한 자와 화폐개혁으로 평가절하 지급된 조선총독부 보험증권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거짓말을 했으면 당연히 바로잡고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 이것이 나라다운 나라일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할 문제가 아니라 새로 편성해야 하는 문제고,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보상받은 것을 또 추가로 보상하는 것이 아닌 보상받지 못한 재산권을 보상하자는 것으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나라다운 나라'에서 억울하게 보상받지 못한 민간재산권은 이제는 보상해야 마땅하다. 독재 내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묵살해온 '정부의 적폐'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일제강점하민간재산청구권실태조사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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