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나 염색제 제조사 대부분은 하나같이 '무자극' '인체무해' 등의 표현으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제품으로 광고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헤나 염색제. /독자 제공 |
헤나 염색제 사용 후 피부 착색 부작용 빗발…업체들, 소비자에 책임 전가
[더팩트 | 김서원 인턴기자] "피부과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아서 2년째 애먼 머리카락만 자르고 있어요. 본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해도 제 건강 문제 탓으로 돌려요."
시중 판매되는 헤나 염색제 A제품을 사용한 후, 색소침착·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전에 사는 60대 피해자 B씨의 하소연이다.
B씨는 "첫 시술할 때, 패치테스트를 하라는 말도, 알레르기·색소침착 등 부작용 관련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본사에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부작용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는 되레 '개인 건강에 이상이 있어서지, 제품엔 아무 문제 없다'고 '나몰라라' 했다"며 "문제 제품의 반품 요청도 거부하고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의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주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나 염색제는 '천연' '자연' 등의 광고로 중장년 여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홍보 문구와는 달리 사용 후 발진·가려움·착색 등 부작용 증상 발생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더팩트> 취재 결과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B씨와 같이 중장년층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헤나 염색을 한 후 부작용을 겪었다는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헤나 염색제 제조·판매사들은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으며 보상책은커녕 적반하장식으로 소비자 책임으로 돌리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제대로 된 피해보상도 받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 B씨는 '100% 천연 헤나'여서 부작용이 없다'는 업체의 설명을 믿고 다른 염색제보다 안전할 것으로 판단, 의심 없이 제품을 사용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100% 천연 헤나'라는 문구를 곧이곧대로 신뢰했는데, 2년 전부터 이마와 볼, 코 옆 피부까지 까맣게 변하기 시작했다"며 "피부과 치료가 효과가 없어서 염색된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시간이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B씨 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헤나 염색제 사용 한 달 만에 턱 밑 피부까지 거뭇해졌다고 밝혔다. C씨는 "지난해 9월, 헤나 판매업자가 집으로 와 시술해줬다"며 "한 달이 지나자 주변에서 피부 색이 왜 까맣냐고 묻기 시작할 정도로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에 착색된 피부 사진을 보내 항의했지만, '대학병원서 헤나 염색으로 피부가 착색됐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진단서를 가져오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계란으로 바위치기도 아니고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할 것 같아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해당 업체 측은 알레르기 반응 등 사전 테스트를 하지 않은 소비자 책임으로 돌리며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사용설명서에다 염색제 사용 전 반드시 패치테스트를 하라고 적시해놨다"며 "(본사에) 피해사례가 접수된 바 있지만, 관련 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헤나 염색제를 사용하고 목과 얼굴 등 피부가 까맣게 착색되는 부작용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피해자들은 일반 염색약 보다 머리카락에 좋다는 문구를 믿고 헤나 염색을 시도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헤나 염색제 판매 업체들은 홈페이지 등 광고를 통해 '100% 천연 헤나' '인체 무해' 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은 이 같은 홍보 문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업체가 홍보에 사용한 광고 문구에 대해 소비자가 마치 제품에 의학적 효능이 있거나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화장품에 대해 의약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모발 관련 표현이나 화장품의 범위를 벗어나는 표현으로, '부작용이 전혀 없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된다.
<더팩트>가 헤나 염색제를 판매하는 업체들 홈페이지를 취재한 결과 상당수가 '손상된 머릿결 회복'은 물론 '두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이뿐 아니라 '모발을 두껍게' '모발 성장' 등의 문구도 널리 사용되고 있어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고 '무자극' '인체무해' 등 표현을 써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제품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앞서의 광고·표현 문구가 검증되지 않은 허위·과대 광고일 수 있으므로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염모제는 개인 체질·건강상태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제품 전성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과거 이상이 없었더라도 체질 변화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매회 반드시 패치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헤나 염색을 둘러싼 부작용 논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되면서 정부는 최근 원인 파악을 위해 헤나 염모제 피해 관련 합동점검에 나섰다. 정부가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는지 수거해서 검사하고 보고된 부작용 사례도 분석할 방침이어서 헤나 염모제 부작용 사태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앞으로 부당한 표시·광고 제품에 대해 해당 업체에 자율 시정을 권고하고 식약처에 헤나 염모제의 표시·광고 관리 감독 강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