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환급해달라는 분쟁과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이 2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70%는 업계 상위권인 삼성·한화·교보생명에 쏠렸다. /더팩트DB |
금융감독원 '강성' 인사로 압박…삼성생명 '타깃' 유력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지난해 생명보험업계를 달군 즉시연금 상품에 대해 분쟁 조정을 신청하거나 공동소송에 참여한 소비자가 2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사인 삼성·한화·교보생명에 많은 분쟁이나 소송이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 보험담당 임원에 '강성' 인사가 배치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업계에는 다시 한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부터 즉시연금 분쟁 조정 일괄 신청을 받은 결과 현재까지 1700여 명이 조정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민간단체 금융소비자연맹이 같은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공동소송 원고단을 모집한 결과 200여 명 이상의 소비자가 모였다.
그중에서도 업계 상위 3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70%의 분쟁·소송이 집중됐다. 이 즉시연금 상품은 최초 가입 때 보험료를 한 번에 내면 보험사가 매달 연금을 지급하고 계약 만기 시에는 최초 납부금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매달 지급을 보증한 이율에 따라 줘야 하는 연금액에서 사업비와 추후 지급할 최초 연금액 일부를 제하고 지급해 이에 대한 소비자 분쟁이 제기됐다.
지난해 3월 금감원은 최초로 분쟁이 제기된 삼성생명에 즉시연금 상품 계약자에게 이자를 덜 줬다는 분쟁 조정위원회 판단을 근거로 보험금 미지급액을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보험료 원금에 대한 금액을 미리 떼고 지급한다는 설명을 약관에 제대로 담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최근 보험담당 임원에 '강성' 인사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험업계는 한층 더 긴장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삼성생명은 해당 분쟁 제기 고객에는 해당 금액을 지급했고, 지급보증이율에 해당하는 보험금 또한 돌려줬다. 하지만 금감원의 '일괄 지급' 권고는 받아들이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업계 2위 한화생명 또한 분조위 권고를 불수용하고 소송 계약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판단을 맡겼다. 3위 교보생명 또한 추이를 지켜보며 즉시연금과 관련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지급 권고를 받은 21개 생명보험사 중 계약자에게 바로 환급하겠다고 나선 보험사는 KDB생명, AIA생명, 신한생명, DB생명 뿐이다. 다만 KDB생명은 상품 약관에 이자 공제 내용이 담겨 있어 개별 사례를 따져보고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이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보험금을 환급받겠다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경우 고객이 많은 만큼 전체 소비자 분쟁 및 소송 건수에서도 비중이 상당하다.
여기에 금감원에서 '강성 인사'를 보험담당임원(부원장보)에 배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보사들은 '좌불안석'이다. 해당 인사는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으로 과거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해결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즉시연금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액이 자살보험금 사태와 비교해 훨씬 큰 만큼 당국 압박으로 단순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소송전에 돌입한 만큼 당장 움직일 수 없고, 당국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종합검사 계획 등의 압박 요인이 남아있어 업계에서 꾸준히 추이를 살피긴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