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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의견 수렴' 없는 경제 활력, '희망 고문'일 뿐이다
입력: 2018.12.28 00:00 / 수정: 2018.12.28 00:00
글로벌 경영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내년 실적이 올해 대비 큰 폭의 하향세를 보일 것이란 잿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글로벌 경영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내년 실적이 올해 대비 큰 폭의 하향세를 보일 것이란 잿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재계가 보내는 '이상 신호' 귀 기울여야 할 때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욕치어자선통수(欲致魚者先通水) 욕래조선수목(欲來鳥先樹木)'

'물고기를 구하려면 먼저 물길을 내고, 새가 날아오기를 바란다면 먼저 나무를 심어라.' 중국 한(漢) 고조 유방의 손자이자 전한의 회남왕 유안이 저술한 '회남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지난해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지난 1월 현대자동차와 3월 SK, 8월 삼성까지 각 그룹 총수들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가진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수십조 원 규모의 신규투자, 수만여 명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을 공언하며 경제 부양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이들이 내놓은 '통 큰' 투자는 올해 그 윤곽을 뚜렷이 드러냈다. 현대차는 제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산업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1조7000억 원의 자금을 들여 1~3차 협력사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SK는 경기도 이천에 15조 원 규모의 새로운 반도체 생산라인 설립을, LG는 LG전자가 3900여 명의 서비스센터 협력사 직원을 본사가 직접 채용하고, LG화학은 여수시와 2조60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협약을 맺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큰 '180조 원' 규모의 투자안을 내놓은 삼성의 경우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000억 원을 들여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SW) 아카데미'를 설립해 SW 인력 1만 명 양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87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1년여 동안 정부가 보여준 행보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자발적 노력에 나서는 기업들에 '힘 싣기'가 아닌 '찬물 끼얹기'에 가깝다. 전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인 30%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찍은 것도 모자라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시간(유급으로 처리하는 휴무 시간)을 포함하는 문제도, 주 52시간 근무제도와 협력이익공유제 등 재계에서 우려를 높인 다수의 '반(反)기업 정책'은 조금도 개선의 여지를 찾을 수 없다.

재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의 내용이 민간 투자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기대를 내비치면서도 밀어붙이기식 반기업 정책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재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의 내용이 '민간 투자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기대를 내비치면서도 밀어붙이기식 '반기업 정책'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기업 패싱' 분위기가 지속하는 사이 각종 경제 지표는 물론 주요 그룹들의 경영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산 상위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26일 기준으로 774조35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193조8220억 원(20.0%)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전망도 우울하다.

나라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중추를 맡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증권가를 중심으로 올해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급감할 것이란 잿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미국의 관세 폭탄 우려가 산재해 있고,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 분야는 중국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정부에서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나름 '민간 투자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듯 하다.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았던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도 등과 관련해서도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정부에서도 재계 전반에 확산한 위기감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바닥을 치는 청년취업률에 경고등이 켜진 가계 부채 등을 거론하며 "이미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싸늘한 반응도 나오지만, 현시점에서라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조금이나마 변화가 생겼다는 점은 그나마 환영할만한 일이다.

물길을 내지 않고서는 물고기를 구할 수 없고, 나무를 심지 않고서는 새가 날아들게 할 수 없듯이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서는 기업의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혁신 성장'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로 가려진 '갑질'에 지나지 않는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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