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고위 경영진에 해당하는 4개 사업부문장 중 2명을 교체하는 등 인적 쇄신에 나섰다. 신 회장이 미뤄왔던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뉴롯데'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팩트 DB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세대교체 통해 '뉴롯데' 재건 속도
[더팩트ㅣ롯데월드타워=이성락 기자] 그룹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뉴롯데' 재건의 신호탄을 쐈다. 19일 발표한 임원인사를 통해서 말이다. 신 회장은 계열사를 총괄하는 최고위 경영진을 교체하고 차세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하는 등 전격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뉴롯데' 재건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롯데지주를 비롯해 제과·칠성음료·케미칼·호텔·카드 등 식품·화학·서비스·금융 부문 30개 계열사의 2019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롯데 임원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차세대 인재의 전진 배치로, 자연스럽게 그동안 그룹을 이끌었던 '올드보이'는 물러나게 됐다. '용퇴'를 결정한 이들은 40년 넘게 롯데에 몸담았던 허수영 화학BU 부회장·이재혁 식품BU 부회장·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등이다.
신임 화학BU장과 식품BU장에는 각각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이영호 롯데푸드 사장이 선임됐다.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롯데케미칼 신사업을 이끈 김 사장은 LC타이탄 대표를 맡아 실적을 크게 개선시킨 공을 인정받았고, 지난해부터 롯데케미칼을 이끌었다. 이 사장은 1983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해 생산·영업·마케팅 등을 두루 거친 식음료 분야 전문가다. 롯데푸드 대표로는 지난 2012년부터 있었다.
김 사장과 이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는 인물은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과 조경수 홈푸드 사업본부장이다. 임 대표 내정자는 1989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신규사업·기획 업무 등을 담당했다. 정책본부국제실·롯데미래전략센터장·정책본부비전전략실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롯데지주가치경영실장을 맡아왔다. 1986년 롯데제과로 입사한 조 대표 내정자는 2009년 롯데푸드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파스퇴르 사업 등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롯데는 롯데칠성음료·롯데렌탈·롯데면세점·롯데캐피탈 등의 CEO를 교체하는 등 변화를 뒀다.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자 '안정'보단 '변화'에 방점을 찍고 50대 젊은 CEO를 다수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 회장은 옥중 메시지를 통해 디지털·인구구조·글로벌 경쟁 환경 변화에 대비해 신속한 경영 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또 그룹 전체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설명과 함께 향후 50년 성장을 상징하는 '뉴롯데'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계는 신 회장이 경영 복귀 후 '뉴롯데' 재건을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과감한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동빈 회장은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그룹 전체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 아래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왼쪽)와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를 각각 화학BU장, 식품BU장으로 내정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그룹 제공 |
신 회장은 경영 복귀 후 보름여 만인 지난 10월, 향후 5년간 5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와 7만 명의 일자리 창출 등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베트남 등 동남아 출장을 통해 해외 전략지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신 회장은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외부 매각 결정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롯데'를 향한 다양한 과제를 하나하나씩 해결해나가는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이번 인사는 '뉴롯데' 구축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화학·식품에서 수장이 교체된 것을 놓고 '뉴롯데'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수조 원을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에탄크래커(ECC)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 약 4조 원을 투자해 복합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식품에서도 아이스크림 업체와 제빵 업체를 사들이는 등 인도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사업을 다시 꾸리고 있다.
재계는 그룹 미래 사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신 회장의 '뉴롯데' 재건 작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경영 복귀 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경영 청사진을 그리는 과정이었다"며 "이번에 새롭게 발탁한 리더들이 신 회장이 그려놓은 청사진을 좀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외 대규모 투자와 관련된 부분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20일 인사가 예정된 유통 부문에서도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이날 인사를 통해 신 회장이 차세대 인재로의 세대교체와 질적 성장 중심의 성과주의 등의 기조를 확연히 드러낸 만큼 경영 실적 악화로 어려움에 부닥친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인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유통 부문 인사와 관련해 재계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와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이동우 하이마트 대표 등의 거취다.
강희태·김종인·이동우 대표 모두 부진한 실적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국내 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됐고, 롯데마트 역시 비슷한 이유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올해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하는 등 경영 흐름이 좋지 않다. 특히 이동우 대표는 실적 부진에 갑질 논란까지 겹쳐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