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제약이 거듭되는 경영권 분쟁에 상폐 위기에 처한 가운데 소액주주 5000여 명이 분통을 터뜨리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있다. /남윤호 기자 |
경남제약 측 17일 한국거래소 상폐 결정 관련 공식입장 발표
[더팩트|이진하 기자] 국민 비타민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와 비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남제약은 17일 한국거래소 상폐 결정 관련 공식입장을 발표하기로 해 시선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측은 14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남제약에 대한 결정을 두고 형평성 문제가 언급되자 거래소 측은 "경남제약은 6개월 전 열린 기심위에서 상장 유지, 상장 폐지, 개선기간 부여 등 3개의 선택지 중 개선기간 부여로 기회를 줬다"며 "하지만 개선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영업일 15일 이내인 내년 1월 8일 전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경남제약의 최종 상장폐지 여부와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최종 심의·의결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15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남제약 폐지가 부당하다는 글이 게재되고 있다. 현재 '경남제약'으로 올라온 청원 게시글은 19개에 달한다. 더불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하는 글도 있다.
한 게시자는 "삼바(삼성바이오로직스)는 되고 경남제약은 안돼! 불공평한 세상!"이란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글쓴이는 "얼마 전 삼바는 4조 5천억 원 분식회계로 과징금 80억 받고도 거래가 되고, 경남제약은 과징금 4천만 원 받고 상폐가 된다네요.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게시자는 "소액주주 입장에서 생각해달라"며 "정부에서 경남제약을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는데, 민간기관인 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을 하다니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10년 전 사건으로 정지되고 상폐가 되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경남제약에 주식 거래 정지 처분을 내린 데 이어 지난 14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경남제약이 상장 폐지를 피하려면 경영 개선계획 이행 사항 보고를 통해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됐음을 거래소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는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주식시장에서 쫓겨날 처지가 됐다.
경남제약은 지난 1993년 창립된 이후 200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지난 2007년 경남제약을 인수한 이희철 전 대표는 2008년 분식회계로 실적을 적자에서 흑자로 바꿨고, 2014년 말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지난해 2월 횡령·사기 등의 죄가 인정돼 3년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류충효 대표 등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지난해 9월 이 전 대표를 상대로 분식회계로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160억 원대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는 부인 명의로 돼 있던 지분 13.7%를 자신의 명의로 전환하며 최대주주에 오른 후 자신의 대리인을 등기이사로 임명하는 등 경영권 복귀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이 전 대표와 별개로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이번엔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현 경영진들이 임기를 연장하거나 거액의 퇴직금을 받기 위해 미리 특정업체를 인수자로 내정했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당시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KMH아경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지만, KMH아경그룹은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이 같은 경남제약의 경영상 문제로 상폐 위기에 처하자 5000여 명의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