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주도하는 '스포츠한류' 열풍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
베트남에 불기 시작한 '박항서 열풍'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도 후광 효과를 낳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올해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이룩하며 국민 영웅으로 부상한 데 이어 12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에서도 말레이시아와 우승을 다퉈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축구가 열리는 날이면 베트남 전역이 축제의 장으로 변하며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연호하는 베트남인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박항서 열풍'을 타고 어느 정도로 '박항서 효과'를 보고 있는지 분야별로 살펴 본다.<편집자 주>
'쌀딩크' 박항서 감독으로 긍정적 이미지…신규 시장 개척에 '의미'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베트남에 신성장동력 기지를 마련한 금융사들이 '스포츠 한류'를 타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에 축구 열풍을 불러일으킨 박항서 감독 덕분에 긍정적인 이미지와 신뢰도가 더해져 영업 환경에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자체 분석 아래 영업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만 모색에 한창이다.
특히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금융사들은 '한류' 열풍으로 인한 긍정적인 이미지 효과에 입이 벌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영업에서는 리테일이 핵심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 얼마나 '친화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최근 한국 스포츠나 대중문화 등이 전파되면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돼 베트남 현지에서 고객 유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을 홍보대사로 기용한 신한은행은 베트남 현지에서 인지도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고객 수도 큰 폭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
◆ 신한은행, '쌀딩크' 박항서 감독 홍보에 고객 유입 ↑
'스포츠 한류'로 가장 크게 이득을 본 곳은 단연 신한은행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 쯔엉 선수를 홍보대사로 발탁해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신한은행에 대한 '호감'도 급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박 감독과 쯔엉 선수를 적재적소에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베트남 대표팀이 활약하고 있는 스즈키컵 대회 홍보 활동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한은행은 2002년한일월드컵을 방불케 하는 거리응원 현장에 대형 응원기와 응원도구를 배포.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시민들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받는 것은 물로 지상파 TV에서 응원 현장이 보도되면서 큰 홍보 효과를 누렸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코리안 히딩크'로 불리는 '쌀딩크(쌀+히딩크)' 박 감독을 홍보대사로 기용하면서 고객 수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10일 기준으로 베트남 현지 은행 고객은 박 감독 기용 전(100만 명)보다 20만 명이 늘어나 약 120만 명 수준이다. 카드 고객도 19만 명에서 약 21만 명으로 증가했다. 인터넷은행 고객은 12만4000명 수준에서 18만 명으로 45%나 급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은행 소매금융 확장 전략에 의해 브랜드 인지도 상승은 필수 요인"이라며 "박 감독과 쯔엉 선수의 국민적 인지도 상승에 따라 신한베트남은행의 인지도가 오르고 있고, 이에 따라 브랜드 가치도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향후 디지털 협업에서도 박 감독을 홍보대사로 활용해 인지도를 높일 예정이다. 특히 8000만 회원이 이용하고 있는 메신저 잘로(Zalo)와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제공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사인회 개최 등으로 널리 홍보할 계획이다.
베트남 현지 '축구 열풍'에서 비롯된 스포츠 한류가 한국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스즈키컵 경기가 열린 말레이시아에서 응원하고 있는 베트남 응원단의 모습.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 |
◆ '개인 영업' 중요한 베트남, '한국 기업' 긍정적 이미지효과
베트남 금융시장은 아직 신흥 시장인 데다 인구가 9600만 명을 넘는 만큼 개인영업이 '핵심'이다. 최근 스포츠 열풍에서 비롯된 한류가 현지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 영업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 2009년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베트남 보험시장에 진출했다.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도 처음이었다. 한화생명은 법인장을 포함한 주재원 3명 외에 모두 현지에서 인력을 채용해 '현지화'하면서 베트남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박항서 열풍'도 어느 정도 이미지 제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지에서 박항서 감독에 대한 인기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 박항서 감독 효과도 한국기업임을 내세운 한화생명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실"이라며 "한화생명은 최근 베트남에서 새롭게 인기를 끄는 e스포츠 바람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베트남에 진출한 시중은행과 보험·카드사 등도 한국에 대한 신뢰도 상승 및 긍정적 이미지를 실감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현재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8개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이 베트남에 진출해있고 보험업계에서도 삼성생명, 현대해상 등이 진출해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지에서 한국은 대중문화나 스포츠 등으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며 "박항서 감독의 선전이나 최근 e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면서 금융사들도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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