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 문제를 두고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신차 효과로 글로벌 시장 반등을 노리는 현대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
현대차노조 "광주형 일자리 협약 체결 시 총파업 강행"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연일 브랜드 가치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며 해외 실적 반등에 '청신호'를 키는 데 성공했지만, 회사 노조 측이 '광주형 일자리' 문제를 두고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또다시 '노조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위기에 놓였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광주시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위한 노사민정협의회에 불참했다. 광주시와 현대차의 협상 잠정 합의안에 '단체협약 유예 조항'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조항은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임단협을 유예한다'는 것으로 난항을 겪었던 광주형 일자리 논의 과정에서 현대차 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유예 조항은) 노동법 등 현행 법률에 어긋난다"며 이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의장은 임단협 유예 조항이 광주시와 현대차의 협상 잠정 합의안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불만을 드러내고, 출석과 동시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현대차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둘러싼 노사 간 불협화음은 지난 6월 현대차 측이 광주시의 신규 자동차 생산공장 건설 사업 계획에 참여 의사를 밝힐 때부터 시작됐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가 합의될 경우 총파업을 강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광주시와 현대차는 광주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연간 10만 대 생산을 목표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공장을 설립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지만, 노조 측은 "정규직의 임금수준을 절반 이상으로 하향 평준화하고, 후퇴시키는 정책"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전날(4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현대차는 최악의 경영위기 속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관심을 둘 때가 아니다"며 "광주형 일자리가 합의된다면 우리는 약속대로 한국자동차산업과 회사를 살리기 위한 총파업을 강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임금인상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현대차 노조의 일방적 행보"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노조 측이 '양보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갈 길 바쁜' 현대차로서는 노조 측의 총파업 강행 예고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288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76%에 달하는 감소율을 기록했다. 수년째 내림세를 보였던 영업이익률 역시 1%대까지 추락했다.
현대차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사진)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 등 신차 마케팅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반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제공 |
그나마 지난 11월 내수 시장에서 6만4131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시 소폭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과 신흥국 경제 위기 등의 여파로 같은 기간 5.0% 줄어든 33만925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최근 신고식을 치른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 등 신차 마케팅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반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친환경차는 물론 고성능차와 SUV, 고급 세단 등 다양한 부문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으며 시장 선점에 청신호를 켜는 데 성공한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노조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이 같은 경영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 파업'은 매년 현대차의 실적 발목을 잡는 중대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며 "내수 판매의 양축을 맡고 있는 '싼타페'와 '그랜저' 등 베스트셀링 모델을 비롯해 내년 실적을 책임져야 하는 신차들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경제적 손실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 실추라는 뼈아픈 부작용은 고스란히 현대차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